저금리 기조를 타고 유례없는 호황을 보였던 각국 부동산시장에 버블붕괴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미 집값 하락이 시작됐고 미국의 주택판매는 11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 집값 꼭지 찍었나=11월 중 미국의 신규주택판매와 주택착공이 전달보다 각각 12%와 13% 급감,지난 94년 1월 이후 근 11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따라 미국의 부동산경기가 드디어 꺾인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통계는 지난 3분기 중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13%로 2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미국의 집값은 최근 5년간 무려 48.5%나 올랐다. 같은기간 주택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8%인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인 상승세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현재 부동산 거품은 4년 전 주식시장 거품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버블붕괴시 심각한 자산디플레로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달러급락→금리급등→집값급락'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CBS마켓워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어윈 켈너는 "낮은 모기지 금리로 너도 나도 집을 샀지만 금리가 급상승할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모기지대출의 3분의1 가량이 변동금리로 이뤄지고 있어 금리상승에 따른 충격은 대규모 가계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가격하락 시작됐다=영국 부동산시장은 이미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반전됐다. 영국왕립평가사협회(RICS)에 따르면 지난 9∼11월 중 주택판매는 32% 줄었다. 주택가격 지표인 '주택가격 밸런스'는 지난 9월 마이너스 12에서 10월 마이너스 41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92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영국 부동산가격은 지난 99년 이후 현재까지 두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하고 경제성장 둔화로 수요가 줄면서 최근 집값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8개월안에 영국의 집값이 10∼15%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 절상되면 버블 터진다=중국 부동산 시장은 수요증가에 위안화 평가절상을 겨냥한 외국 투기자금까지 가세,심각한 지경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전년비 11.7% 가격이 올랐고 같은 기간 부동산투자 증가율은 28.9%를 기록했다. 런민비(인민폐) 대출 잔고 중 부동산 담보 대출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계기로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 투기자금이 신속히 이익실현에 나설 경우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