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상의 수온이 높게 유지되는 약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3일마다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빠르게 바뀌는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4일, 6일, 8일, 10일, 15일 전국 곳곳에서 비가 내린 데 이어 17일 밤부터 주말인 18일 새벽 서울.경기, 강원 영서지방에 5㎜ 가량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가 잦은 것은 약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겨울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찬 대륙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삼한사온으로 불리는 기압계의 변화가 3∼4일 주기에서 2∼3일 주기로 빨라졌다"고 밝혔다. 즉, 대륙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한 채 만주 북쪽을 지나가는데 그치면서 이동성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하루이틀 맑다가 남쪽에서 들어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가 자주 내린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이달 들어 보름간의 날씨가 36년 만에 가장 포근했던 것으로 기록되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15일까지 보름간 영하권의 날씨가 4차례 밖에 나타나지 않는 등 평균기온 5.8도를 기록, 지난 68년 이후 가장 포근했다. 올 겨울과 비슷한 유형을 보인 86년(12월 보름간 평균기온 4.1도)과 91년(" 2.6도), 2002년(" 2.1도) 모두 평균기온이 평년값보다 높았고, 강수량도 많았다. 20세기 들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의 온도가 지구전체 0.6도보다훨씬 높은 1.5도나 올라간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하루 평균기온이 5도 이하일 때를 겨울이라고 봤을 때 90년대 이후 겨울철이 1920년대에 비해 한달 가량 짧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겨울철의 혹한 발생빈도가 줄어드는 반면 한여름의 혹서 발생빈도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봄꽃의 개화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는 이달 들어 26도의 여름날씨가 기록되는 등 동아시아 전역에서 평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올 겨울은 대체로 포근하고 평년보다 비가 자주 내리는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월에는 대륙고기압이 일시적으로 확장하면서 추운 날이 있겠고, 서해안과 호남지역에서는 대설 가능성도 있겠다. 2월에도 기압골의 영향을 자주 받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이 많을 것으로 관측되는 등 포근한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겨울은 겨울인 만큼 일시적으로 대륙고기압이 확장할 때는 기습한파의 가능성도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폭설의 가능성도 있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