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은행 등 역외세력들이 일제히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8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7일만 해도 1천40원선이 위태롭던 시장 상황이 하루만에 1백80도 돌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역외세력이 환율 1천40원대를 단기 바닥으로 보고 달러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부터,헤지펀드들이 연말을 앞두고 아시아 통화를 일제히 매도하기 시작했다는 관측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원·달러환율이 일단 1천40원대에서 벗어나 단기적인 상승추세로 돌아섰다는 분위기가 확산돼 수출기업들의 매물도 크게 물러선 양상이다. ◆연중 최대 상승폭 서울 외환시장은 개장하자마자 달러 매수세가 형성되며 1천45원대로 올라섰다. 이 때부터 미국계 펀드가 달러를 사들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오후 들어 1천50원대로 뛰어올랐다. 이후 해외 투자은행들이 달러 매수에 가담했고 그동안 달러 매입을 늦춰왔던 정유업체 등도 달러 사자에 나서자 오후2시50분께는 20원이상 폭등한 1천63원50전까지 고점을 높였다. 종가는 전날보다 17원 오른 1천58원90전.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1백억달러 정도를 앞당겨 팔았고 사야 할 물량 20억달러 정도의 매수를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팔수 있는 업체는 대부분 달러를 팔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구길모 외환은행 과장은 "하루종일 외환당국의 개입성 매수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왜 갑자기 폭등했나 이날 시장의 최대 매수처는 무엇보다 역외세력이다. 유럽계 미국계 구분 없이 해외 투자은행들이 달러를 대거 사들였다는 게 외환딜러들의 전언이다. 오전에는 그동안 환율하락폭이 너무 커 반등을 겨냥한 반발매수 정도로 봤지만 오후 들어서도 매수강도가 갈수록 세지자 달러 과매도 상태였던 국내 은행이나 기업들도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일각에선 원유 등 국제 원자재시장에서 빠져나와 외환시장으로 몰려들었던 헤지펀드 자금이 연말을 앞두고 그동안 사들였던 아시아 통화 대신 달러 매수에 착수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 속에 아시아 통화가치가 그동안 크게 상승(환율은 하락)했기 때문에 일단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얘기다. 실제 원화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엔·달러환율은 이날 1백4엔대까지 올라섰다. 전날 도쿄시장 종가(1백2.48엔)보다 2엔 정도 올랐다. 국내증시에서 외국인들의 1천8백억원에 이르는 주식순매도도 영향을 미쳤다. ◆상승세로의 반전인가 서울에서 환율이 17원 급등으로 마감한 직후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원화 환율의 추가적인 동반상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진우 농협선물 부장은 "그래프상으로도 환율은 바닥을 찍었으며 하루 이틀 반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의미있는 달러 반등 시점이 도래했다"고 단언했다. 이같은 흐름속에 국제시장에서의 엔·달러 환율 급등은 원화 환율 오름세에 가속도를 붙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구길모 과장도 "기조적인 상승세로 반전했다고 얘기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연말까지 1천60∼1천70원대는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지나친 달러약세에 대한 단기적인 조정일지라도 이 추세가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