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을 매료시키는 여성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까. 아름다운 얼굴과 날씬한 몸매 등 관능적인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성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물론 섹시한 겉치장으로 한순간 남자의 시선을 붙잡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남자의 심장에 총알을 박아 혼을 빼놓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해 남성과 세상을 매혹한 대표적인 유혹녀들의 삶과 유형을 조명한 `유혹의 기술2'(강미경 옮김. 이마고 펴냄)는 남성을 사로 잡으려면 외모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풍토에 동요하지 말고 그간 무시되어온 심리적 기술을 개발하라고 조언한다. 남성의 노예가 아니라 남성위에 군림하는 여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벳시 프리올뢰 미국 맨해튼 대학 교수는 5년에 걸친 자료수집과 분석, 집필을 통해 최고의 유혹녀로 평가되는 인물들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저자는 위대한 유혹녀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금발도 아니었고, 탐욕스러운 요부도 아니었으며, 예쁘게 치장하고 마치 노예처럼 집 안에 갇혀 지내는 여자는 더욱 아니었다고 말한다. 오히려 미에 대한 신화를 깨뜨리기라도 하듯 아름다운 용모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지성과 창의력과 담대한 용기를 갖춘 모험가이자 지식인이었며, 뛰어난 정치적 역량과 지혜를 겸비한 인생의 베테랑이었다. 그들은 연애전략에서도 서로 매우 비슷했다. 그들은 플라톤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초월해 변함없이 전수되어온 정통적인 사랑의 기술을 구사했다. 그들은 두가지 유혹의 기술, 즉 물리적 기술과 심리적 기술을 사용했다. 특히그들의 주된 무기는 지성에 호소하는 정신적인 마법이었다. 탁월한 유혹녀들은 위로가 된다 싶으면 불안감을, 냉담하다 싶으면 황활경을,가깝게 느껴진다 싶으면 거리감을, 이보다 더한 쾌락은 없다 싶으면 고통을 안겨줌으로써 팽팽한 성적 긴장을 유지했다. 그들은 독수리의 발톱을 지녔던 선사시대 성애의 여신처럼 잔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또 동시에 따뜻한 모성애와 칭찬을 쏟아놓기도 했다. 그들은 삶과 죽음을 번갈아 제시함으로써 남성을 매혹했다. 저자는 여성해방운동가들은 유혹이란 말을 추잡한 언어로 규정하고 유혹녀들을노예 근성을 지난 철부지 여성들이라고 매도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남성들과 세상을 자기 발아래 두고 지배했던 유혹녀들이야말로 최초의 여성해방주의자들이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유혹의 기술은 하루 아침에 성취할 수 없는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이라며이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헬스클럽에 가는 대신 도서관과 연기교실, 차밍스쿨 같은곳을 찾아 남성들의 정신세계를 정복하고 항구적 충성심을 끌어낼 수 있는 지적인 능력을 개발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책은 선사시대의 여신에서 현대 미국 페미니스트의 기수 글로리아 스타이넘까지시공을 초월한 유혹녀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여성의 역사를 복원한다. 540쪽. 2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