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의 1차 광고 캠페인은 업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해야 하는 게 광고의 제1 덕목이라는 통념을 깨고 '2등은 시끄럽다','고객이 1등인 나라'라는 카피를 채택해 스스로를 낮추는 방식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시끄럽다. 2등은 시끄럽다." 가수 양희은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3분할된 화면에 양희은씨에 의해 '2등'으로 규정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들의 시끄러움에 '63빌딩'이 들썩일 정도다. 하지만 화면 속 사람들의 표정과 발걸음에서는 생동감과 자신감이 비친다. 대한생명의 광고는 양희은씨의 눈에 비친 대한생명 내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형식이다. 그가 말한 2등은 대한생명 직원들이다. 그럼 1등은 누구란 말인가. 이어지는 그의 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양희은씨는 "왜? 누구를 위해 이렇게 시끄러울까? 아! 고객"이라며 자문자답한다. "고객이 1등인 나라.대한생명"이라는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이 광고는 대한생명이 시끄러운 이유가 '고객을 위해 움직이고,고객을 더 잘 모시기 위해 의견을 주고받으며,고객을 연구하는 전화통화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광고 제작진은 대한생명 직원들을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또 광고의 표현기법이 독특한 만큼 이에 걸맞은 신선한 모델이어야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목소리가 독특하면서도 광고에 자주 나오지 않는 가수 양희은씨를 전격 발탁했다. 1편이 대한생명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을 '시끄럽다'고 표현한 데 이어 2편은 '뜨겁다'는 단어로 열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뜨거운 열기 속에 회의와 토론을 하는 대한생명 사람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흐른다. 뜨겁다는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자막에 불기둥이 활활 타오른다. 화면의 자막이 마치 회의실의 열기에 녹아 기화되는 것 같은 모습이다. 거듭되는 컴퓨터그래픽(CG) 작업으로 만들어낸 화면이다. 뜨거움을 표현하는 것도 문제였지만,다음 문제는 서울의 대표건물과도 같은 63빌딩을 이번 광고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무언가 다른 모습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제작진의 생각이었다. 헬기 촬영이 제안됐으나 관계기관들의 허가와 날씨 등 어려운 점이 적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이틀에 걸쳐 촬영한 결과 햇빛에 반짝거리는 63빌딩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빌딩 옥상에서 촬영용 크레인을 이용해 수직으로 내려찍은 장면은 독특한 63빌딩의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기존 대한생명 광고의 배경음악(BGM)을 힙합 리듬으로 편곡해 즐겁고 활기찬 이미지를 더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