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독일의교육이 또다시 거센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시사 주간지 슈테른이 최근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달 7일 발표할제2차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연구(PISA)' 내용을 일부 미리 입수해 보도한 이후 독일 언론은 연일 교육제도의 문제와 혁신을 둘러싼 논란을 벌이고 있다. 슈테른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독일 교육의 문제점은 우선 유치원에서 시작된다. 이번에 처음 조사된 소위 `유치원 PISA'에서 독일 유치원은 지식교육(Bildung)과 인성교육(Erziehung), 탁아를 연계한 기능이 부족하고 수준도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OECD는 또 독일 유치원 교사가 부족하다면서 교사의 자질을 전문대학이나 대학수준으로 높일 교육 훈련 등 취학 전 영역에 대한 대폭적 투자를 권고했다. 또 ▲초ㆍ중등학교 수업시간이 짧고 ▲수업 내용과 방식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게 구성돼 지루하며 ▲주정부가 젊은 교사 투입에 재정을 아껴 교사가 고령화되고 ▲교사 재교육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학생 1명 당 첫 10년 동안 투입되는 교육예산이 4만2천달러(구매력 기준)로 OECD 평균치(4만4천달러)에도 못미친다. 특히 취학 전과 초등 1∼4학년 과정에 대한 투자는 더욱 뒤떨어진다. 교육에 대한 고유 권한을 쥔 주정부들이 세운 학업목표는 상당수가 OECD 기준에못미치고 학교별 지역별 학력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어에 서툴고 집에서 다른 공부를 많이 하는 이민자 가정 자녀들이 많으며,이들이 전체 학력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점은 다른 선진국들과 여건이 같았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유치원 교육이 부실하고 초ㆍ중학교가 대부분 점심시간을전후해 끝나는 반일제(半日制) 학교인 반면 다른 선진국은 오후까지 수업하는 전일제(全日制) 유치원과 학교가 훨씬 많다. 이는 독일인 초중생의 학력 저하는 물론 이민자 자녀의 독일어 습득에도 영향을주고 있다. 다른 나라에선 외국인 아이들이 현지인 아이들과 오래 어울려 놀고 특별수업도 받으며 현지어 구사 능력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만 10세 때 이미 실업학교와 인문계로 진로를 조기 결정하는 독일 특유의 제도 역시 아이들의 잠재력을 미리 차단하고 부모의 지위와 다른 상급학교, 특히 대학 진학에 큰 격차가 나게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독일은 이미 지난 2001년 발표된 제1차 PISA에서 만 15세 독일 학생의 독해력과수학, 과학 실력이 중하위권임이 드러나자 큰 충격을 받았으며, 이후 당국은 전일제학교의 단계별 증설 등 교육개혁안을 잇따라 발표했었다. 하지만 2차 조사에서 성적이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언론은 '독일 교육의 총체적 재난상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근본적이고 광범위한교육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당국과 교육계는 1차 조사에 따른 대책 실시 효과가 3년만에 나타나기 어렵다고항변하고 있으나 언론과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난 번 조사에서 최하위권이던 폴란드가 이번에 중간 수준으로 성큼 뛰어오른 사례를 들며 반박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1차 PISA 발표 이후 의무교육 연한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으로 확대하고 진로를 조기 결정하지 않고 모든 어린이들이 공동으로 수업받는 중간단계 과정을 도입하는 등 과감한 제도 개편과 투자를 했다. 한편 에델가르트 불만 교육부 장관은 우선 내년에 2천개 초ㆍ중등학교를 선정해새로운 수학 수업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바이에른 등 보수적인 남부지역주정부들은 반대하고 나섰다. 교육 개혁안들이 논란 끝에 마련돼도 교육을 주정부 고유 소관으로 하는 연방제도의 문제를 극복하고 전일제 학교 증설 등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