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져 보름 가까이 사경을 헤매다 숨진 11살 어린이의 각막이 시각장애인 2명에게 기증됐다.


서울 도림초등학교 6학년 김범석(11)군은 지난 8일 학교에서 점심을 먹은 뒤 현기증을 호소하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김군은 2주간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치료를 받았으나 생명의 불씨를 되살리지 못하고 22일 숨을 거두었다.


평소 남을 돕기를 좋아하던 김군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군의 부모는 김군이 뇌사상태에 빠지면 심장, 간 등 장기를 7명에게 기증, 새 삶을 전해주고자 재단법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았다.


김군의 부모는 그러나 뇌사 판정을 받기 전에 아들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으면서 장기이식을 할 수 없게 되자 사후 각막기증으로 먼저 간 아들의 뜻을 대신했다.


김군의 각막은 22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 어둠 속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2명에게 각각 1개씩 전해져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전했다.


한편 사고 일주일전 김군이 학교에 과제로 낸 `나의 생활습관'이라는 글이 이날공개돼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군은 글에서 "나는 봉사를 좋아한다. 청소 당번이 아니어도 칠판을 지우고,청소를 잘해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김군의 어머니 이영희(41)씨는 "범석이가 쓰러지기 며칠전부터 친구들에게 빌린 물건을 모두 돌려주고 다퉜던 친구와 화해했는데 아무래도 닥쳐올 사고를 예감한 것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태권도를 좋아한 김군은 쓰러지기 얼마전 검은 띠를 따내고 한없이 기뻐했다.


23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열린 발인 예배에서 김군은 수의(壽衣) 대신 깨끗이 다려진 태권도복을 입고 이 세상에 작별을 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