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곡물메이저인 미국의 카길(Cargill)이 1백39년 역사상 처음으로 자회사 기업공개를 실시한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카길의 비료사업 부문과 미국내 대형 비료업체인 IMC글로벌(시가총액 12억달러)이 조만간 합병할 계획이다.'


지난 1월 국내 언론에는 이런 내용의 외신기사가 실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카길이 어떤 회사와 합병한다는 게 아니라 그토록 오래된 곡물 메이저가 비공개 기업이라는 사실.


카길은 1865년 회사 설립 이후 단 한차례도 공개적으로 주식을 발행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매출이 5백9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지만 철저히 가족경영으로 일관해 내부 사정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브루스터 닌 지음,안진환 옮김,시대의창)는 이런 카길이 어떻게 식량을 이용해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지를 분석한다.


카길은 ADM과 함께 전세계 곡물시장의 75%를 점하고 있는 미국계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


재작년 카길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세계 57개국에 9만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곡물은 물론 커피 과일주스 설탕 면화 원유 대마 고무 소금 철강 등 '지구에서 나는 거의 모든 것'을 구매해 생산,가공,판매한다.


그러나 카길의 실체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선 카길은 회사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서 어떤 사업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을 뿐더러 계열사나 사무실 현황조차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카길의 관심사는 단지 어느 곳에서든 가장 싸게 원료를 구입해 가공한 뒤 비싼 값에 되파는 것.


식량 생산과 식품 유통을 모두 장악하는 카길의 행태를 저자는 이렇게 묘사한다.


'카길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인산비료를 생산한다.


그 비료로 미국과 아르헨티나에서 대두를 생산하고 이 대두는 식품과 기름으로 가공된다.


가공된 대두 상품은 태국으로 출하돼 닭고기 사료로 쓰이고 이 닭고기는 가공 처리되거나 조리 후 포장돼 일본과 유럽의 슈퍼마켓으로 출하된다."


'종자에서 슈퍼마켓까지'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저자는 이 책에서 15년간 발로 뛰며 수집한 자료와 취재 결과 등을 토대로 역사와 소유구조,사업확장 과정과 로비의 실체,세계시장 점령 방식 등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로서의 카길을 해부한다.


정부 정책을 농단하고 고단수 로비를 동원한 흔적도 역력하다.


카길의 최고경영자인 어니스트 미섹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국의 수출정책을 자문하는 대통령수출자문단의 멤버로 일했고 미국이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제안한 내용의 대부분은 카길의 전직 지배인 대니얼 암스투츠가 작성한 것이다.


저자는 초국적 농식품 기업의 지배권에 든 나라에서 식량 주권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국가별 혹은 지역별 생태학적 식량체계 안에서 스스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4백32쪽,1만6천5백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