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이하 한국시간)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이뤄지는첫 정상회담이어서 2기 부시행정부의 대 한반도 정책의 큰 물줄기가 잡힐 가능성이높은 탓이다. 특히 이라크전의 수렁에 빠져있는 부시 대통령은 집권 2기에 북한 핵문제를 최대의 외교현안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따라서 2기 부시 행정부가 들어설 2005년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 뿐 아니라미국에 대해서도 결단을 강요받는 해로, 어쩌면 한반도에 `운명의 해'로 기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유엔 제재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 한층 강화된 대북압박수단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수 있고, 자칫 미국은 합의가 실패할 경우 강경 수단을 동원, 북한이 핵포기 결단을 내리도록 압박할 공산도 있다. 벌써부터 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2기 부시 행정부가 북핵문제에 대해조만간 외교적 해결을 포기하고 강경정책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폐기돼야 한다는 기조에 전혀 변화가 없으며, 미국이 무한정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시 행정부는 일방주의와 선제공격으로 대표되는 `부시 독트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워 재선에 성공했고, 당선 이후에도 테러전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속단하긴 힘들지만 2기 내각에 대북 강경파들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을 대거 기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우호적인 분위기만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이 대 테러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량살상무기(WMD)가 테러집단의 수중에 흘러들어가는 것이고, 북한과 이란이 우려대상의 맨 윗순위에 올라가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 행정부 일각에서 벌써부터 북한이 핵관련 물질을 제3자에게 넘기는 단계를 `레드라인(한계선)'으로 정하고 만약 이 선을 넘으면 즉각 엄격히 대처한다는 얘기가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사실 노 대통령이 지난 13일 로스앤젤레스(LA)의 민간외교정책단체인 WAC(국제문제협의회) 초청 오찬연설에서 ▲대북 봉쇄 ▲김정일(金正日) 체제붕괴 시도 ▲무력행사에 반대입장을 분명히한 것은 미 강경파들의 움직임을 감지, 사전 차단하려는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잿더미위에서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우리에게 또다시 전쟁의위험을 감수하기를 강요할수 없다"고 강조한 것은 `네오콘'들의 대북 선제공격론을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17일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노 대통령의 LA 발언과 관련, "한국의 고위 관리들과 가까운 장래에 토론을 갖길 바라는 요소들이 있다"며 북핵해법과 관련해 양국간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런복잡한 상황 때문이다. 물론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지난 6월 3차 회담이후 표류하고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 필요성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정상은 회담후 한미 양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보조를 취한다는 요지의 공동 언론발표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자회담의 전망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8일 "미국내 강경파들은 6자회담이 지지부진한데 대해 참을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차기 6자회담 자체가 아예 열리지 않을때 취할 경제제재 등 좀더 강압적 수단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바 있다. 때문에 북한이 계속 6자회담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1-2차례 더 회담을 가졌다가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거나 북한인권법을 무기로 북한을 압박할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을 대화파트너로 인정하도록 설득하고,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무력행사가 아닌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데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포기에 대해서는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한미간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해야할 부담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두가지 과제중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앞으로 대북 설득작업을 해나가는 게 얼마나 효과적일지 예단하기 힘든게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북핵문제와 관련해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원하고 있고, 우리정부의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불허, 탈북자 집단 입국 등의 조치에 반발해 지난8월 제15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거부함으로써 남북 당국간 공식접촉이 중단된 상태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변경되지 않는한 협조할 수 없다는 자세를유지하고 있어 6자회담에 선뜻 응할지도 불투명하다. 노 대통령의 노력과 열정에도 불구, 북핵해법 마련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예고하는 대목이다. (산티아고=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 김범현기자 cbr@yna.co.kr uni@yna.co.kr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