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치러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수리 '가'형과 외국어(영어) 영역의 경우 까다로운 문제가 상당수 있었던 반면 언어와 탐구영역은 대체로 평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7차 교육과정에 맞춰 같은 방식으로 치러졌던 지난 9월 모의고사의 난이도 및 출제경향과 비슷한 것으로, 외국어나 수리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원점수를 받은 학생이 입시에서 유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올해부터 수능성적은 원점수가 주어지지 않고 영역 및 선택과목별 표준점수와 이에 따른 백분위, 등급만 제공되기 때문에 다음달 14일 성적표가 개별 통보돼야 세밀한 지원전략을 짤 수 있어 일선 고교가 진학지도에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노명완 고려대 교수(국어교육)는 17일 기자회견에서 "난이도는 지난 6월, 9월 두차례 치러졌던 모의고사와 비슷하게 맞췄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올해 수능시험은 지난해와 달리 7차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됐기 때문에 지난해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큰 차이는 없다"며 "지난해보다는 이번 수능시험과 똑같은 방식으로 치러진 6월 및 9월 모의고사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역 및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없도록 영역간 및 영역내 선택 과목간 난이도를 조정하는데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이 의견 조율을 하는 등 상당부분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출문제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100% 똑같은 문제를 출제하지는 않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문항의 형태나 발상, 접근방식 등을 다소 수정하는 방법으로 변형해 냈다"고 소개했다. 입시학원과 진학담당 교사, 수험생들은 영역별로는 언어는 지난해 수능 및 모의고사보다 다소 평이했던 반면 외국어영역은 문법 문제가 많고 어휘도 꽤 까다로웠으며 수리도 `가'형이 다소 어려웠다고 분석하고 외국어와 수리영역의 고난이도 문제를 풀었느냐에 따라 고득점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은 "수리 '가'형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표준점수에서는 '나'형과 어느정도 균형이 맞춰지고 다른 영역에서도 상위권 수험생의 변별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실장도 "수리와 외국어의 경우 상위권에게 까다로운 문제가 일부 있어 원점수를 기준으로 중위권과 중하위권은 평균점수가 조금 올라가고 상위권은 외국어와 수리에서 고난이도 문항을 1문제 더 풀었느냐, 못 풀었느냐에 따라표준점수 폭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1교시 언어영역의 경우 이원희 잠실고 교사는 "단어, 문법, 어휘 등 교과과정에 충실했던 수험생은 무난했을 것"이라며 "다소 평이하게 출제돼 점수도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2교시 수리영역에서는 까다로운 문항이 2~3문제 출제돼 특히 상위권 수험생들이느끼는 체감 난이도가 높았고 `가'형이 대체로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성학원은 "`가'형이 어렵게 출제된 것은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로 평가하기때문"이라며 "수험생의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줄이기 위해 `가'형의 난이도를 높인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교시 외국어(영어) 영역에 대해 용산고 3학년 송모군은 "모의고사 때보다 문법이 2~3문제 더 출제돼 어렵게 느껴졌고 특정 문맥과 상황에 적합한 단어를 고르거나비슷한 단어를 고르는 것도 평소 대비를 별로 하지 않던 것이어서 까다롭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EBS측은 EBS 수능방송 및 인터넷 강의에서 언어 86.7%, 수리 82.5~83.3%, 외국어 82%, 탐구 75~90%가 각각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수능시험은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73개 시험지구, 912개 시험장에서치러졌으며 재학생 43만5천538명, 졸업생 17만4천719명 등 61만257명이 지원했으며1교시 결시율이 5.8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7일부터 21일 오후 6시까지 문제 및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 22~28일 심사과정을 거친 뒤 29일 최종 정답을 발표하고 12월14일 수험생에게 영역/과목별 표준점수와 영역/과목별 표준점수에 의한 백분위, 등급이 표기된성적통지표를 배포할 예정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원점수로만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어차피 논술.면접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논술.면접고사에 충분히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