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 분과위원회가 18일 회의에서 경미사건 처리절차 신설 및 참고적 양형조사관 제도 도입 방안 등에 합의함에 따라 형사재판의 적잖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침해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사개위 역시 재판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고 피고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폭 손질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이런 논의는 전체회의를 통과해야 하고 향후 입법 과정이 남아있는 만큼 당장 형사재판에 커다란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긴 어렵고 실제 시행까지는 일정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사개위에서 논의된 형사사법 서비스 개선방안을 요약해 본다. ▲종전까지 합의된 사항 = 주로 기소전 피의자 단계의 제도개선에 집중돼 있다. 사개위는 7월 회의에서 위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4대 인신구속제도 개선안에 합의했다. 4대 개선안은 영장단계 보석제도 도입, 석방조건의 다양화, 석방제도의 통합, 형사소송법상 인신구속 규정 개정 등.영장단계 보석제도는 영장이 발부돼도 피의자의 출석담보를 조건으로 영장집행을 보류할 수 있게 한 것이고 재산이 없는 사람도 보석제도를 이용하도록 보증금 외에 출석서약서 등 다양한 석방조건을 마련토록 했다. 구속집행정지.구속취소.구속적부심.보석 등 복잡한 현행 석방제도를 하나로 통 합하자는 합의도 이뤄졌다. 사개위는 또 재판을 받는 구속 피고인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던 국선변호 제도의 적용범위를 수사 단계인 기소전 구속 피의자는 물론 구속전 영장실질심사 피의자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에도 합의한 바 있다. 9만∼11만여명의 피의자.피고인이 추가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사개위의 예상. ▲`튀는 판결 막는다' = 이번 사개위 분과위 합의사항중 눈에 띄는 대목중 하나는 양형의 적정성을 확보하면서 재판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양형제도 개선책. 사개위는 우선 개별 피고인의 양형 참작 자료를 수집하는 양형조사관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 경우 피고인은 본격재판 전에 양형조사관을 먼저 만나 범행동기,성장환경, 재산상태 등 각종 양형참작 내용에 대한 조사절차를 거치게 된다. 조사관의 양형조사절차와 법관의 심리절차가 구분된 미국식 제도와 유사하다. 사개위는 또 법관이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제시하기위해 `참고적 양형기준제'도 도입키로 했다. 특정유형의 범죄에 대한 수많은 양형인자를 추출한 뒤 계량화하는 이 작업은 대법원 산하에 설치될 `양형위원회'가 담당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 기준을 공개함으로써 양형의 신뢰성을 높이는 한편 법관이 기준에서 벗어난 양형을 할 경우 설득력 있는 상세한 양형 이유를 기재토록 해 무리한판결을 막겠다는 목표다. ▲`경미한 사건 끌지 말자' = 분과위는 형사사건의 경중을 가려 경죄 사건의 신속한 처리와 중죄 사건의 충실한 심리를 위해 경미사건 처리절차를 마련키로 했다.이때 종전의 즉결심판은 폐지되고 약식명령제도는 경미사건 처리절차에 흡수된다. 이 제도가 신설될 경우 경죄담당 재판부는 매일 법정을 열어 공소제기가 있으면 당일이나 그 다음날 심리를 마치고 피고인이 출석한 당일에 판결을 선고, 벌금형 집행도 당일 이뤄지게 한다. 또 피의자가 서면재판과 정식재판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사법절차를 대폭 간이.신속화해 몇달씩 걸리는 현행 경죄 사건의 기소 및 재판기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사개위는 예상하고 있다. ▲`노동사건 처리도 빨라진다' = 분과위는 형사사건은 아니지만 행정재판으로 이뤄지는 노동사건 처리절차의 개선책도 마련했다. 현재는 지방과 중앙노동위원회를 차례로 거친 뒤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었지만 당사자가 원할 경우 중앙노동위의 재심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해 법적 구제절차를 단축시켰다. 또 노동사건 재판에서 노사대표와 노동분야 전문가를 조정위원으로 참여시켜 판결전 신속하고 평화적인 조정을 적극 유도키로 했다. 소송비용이 없는 경제적 약자를 위해 소송구조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사개위는 그러나 노동계에서 요구해온 노동법원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법원 또는 전문재판부의 설치가 바람직하나 노동분쟁 추이, 노동사건 동향, 노동위원회역할 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다소 유보적인 결론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