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진행된 국내 은행들의 대형화 및 겸업화가 은행의 금융중개(기업대출) 기능을 저하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종구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학회와 한은이 공동 주최한 '금융시장 정상화 방안'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1999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시중은행들의 연간 패널자료를 통해 은행산업 구조변화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는 은행의 규모가 커질 경우 대출 심사역을 감시·감독하는 비용이 늘어나므로 모든 기업에 표준화된 대출 심사기법을 적용하고,은행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대출거래 기업의 정보가 손실됐기 때문이라고 강 위원은 지적했다. 아울러 겸업화로 인해 은행들은 대출 이외의 수익창출 수단이 늘어 기업대출 공급 유인이 감소하게 됐다고 강 위원은 분석했다. 그는 또 △단기 업적중심의 은행 경영 △외국자본의 국내 은행업 진입 확대 △은행의 안정성 중시경향 증대 등도 기업대출 기능 저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은행의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되면 성장성이 높은 혁신기업들에 대한 자금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성장잠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강 위원은 우려했다. 따라서 강 위원은 정부가 △국제업무 비중이 낮은 지방 중소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 기준 인하 △국내 사모펀드 육성을 통한 국내은행 인수 △은행의 내부유보에 대한 세금감면 또는 감독기준 완화 △은행의 중소기업 지분 보유 확대 등의 조치를 통해 은행들의 금융 중개 기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