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개막해 10일까지계속된 '2004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은 지난해보다 7개국이 늘어난 110개국이 참가해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열렸다. 그러나 전체 전시관이 차지하는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약 8천800㎡가 줄어든 16만3천800㎡ 정도에 그쳐 여전히 높은 도서전의 위상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다소 위축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아랍 주빈국 행사, '그들만의 잔치' =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아랍세계의 독특한 문화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주빈국 아랍연맹이 단조롭고 빈약한 전시로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번 도서전에서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팔레스타인, 예멘 등 아랍 22개국이 한데 어우러져 '미래를 향한 시선'을 주제로 '정치 풍자화전' '아랍 서예전' '아랍 대표작가와 시인 번역 신간 전시회' '아랍 어린이 그림 전시회' '아랍 문화관련토론회' 등 160여 개에 이르는 행사를 펼쳤다. 그러나 아랍연맹 주빈국관에서는 아랍 각국의 서적들을 단순히 진열하는데 그쳐도서관을 방불케 했다. 그나마 전시된 서적들조차 대부분 영어나 독일어 등의 번역본 없이 아랍어 서적들을 그대로 전시했다. 내용을 소개하는 초록도 찾아보기 힘들어 아랍어를 이해하는 아랍인들만을 위한 전시회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주빈국관에 전시된 서적들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세계의 일부 국가들에 편중돼 아랍 국가들의 다양한 출판물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세계의 출판 경향-인문서적 하향세, 실용서 강세 = 예년과 마찬가지로올해도 경제ㆍ경영 관련서, 실용서 등이 강세를 띤 반면, 인문학 서적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송영만 국제교류 상무이사는 "최근 인문학 서적이 잘 팔리지않아 저작권 계약이 일어나지 않다보니 (도서전에서도)인문학 분야가 점점 침체되고있는 상황"이라며 "인문학 분야가 비교적 강세를 유지했던 독일관(4홀)조차 실용서출판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세계 출판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도서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을 끄는 전시관 중 하나인 영미관(8홀)에서는 이러한 세계 출판계의 흐름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미국의 대형 출판사 랜덤하우스 계열사인 크라운 출판사의 린다 캐플란 이사는"올해도 순수문학보다 아동서, 경제ㆍ경영서, 처세서, 실용서 등에 대한 상담 건수가 많았다"면서 "간혹 문학물을 찾는 출판관계자들도 '제2의 다빈치 코드(베스트셀러)'가 될만한 작품만을 찾는 등 작품성보다 흥미위주의 추리소설, 공포소설 등이나꾸준히 나가는 아동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약진 돋보여 = 이번 도서전에서는 내년 도서전 주빈국인 한국에 대한관심을 반영하듯 예년에 비해 많은 방문객들이 한국관을 찾았다. 180여평 규모의 한국관에는 길이 22m, 폭 2m 규모의 한국출판 1천300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직지심경'조각물을 설치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대표시인 10인의 시를 영어로번역해 전시하는 등 내용면에서도 예년과 달리 알차게 꾸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등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코믹관(3홀)에 별도로 마련한 '한국만화관'에서는 한국 만화가 일본 '망가' 못지않은 인기를 끌며 많은 방문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6년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찾고 있다는 대원씨아이의 김남호 국제판권사업부장은 "작년부터 도서전에 한국만화관을 설치하면서 일본 망가에 익숙한 유럽에서도한국 만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며 "이제 우리 만화의 경쟁력이 커져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각국 출판관계자들도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아동서가 강세를 타고 있는 최근 세계 출판계의 흐름을 타고 한국도 이번 도서전에서 아동서 관련 전시관들이 주목을 받았다. 영미관에 별도로 부스를 마련한 영진닷컴의 전경숙 경영전략실장은 "국내에서는이미 보편화됐지만 아직도 세계 각국에서는 만화와 공부를 접목시킨 학습만화가 흔하지 않다"며 "우리 학습만화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