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이이타이병 여부가 중요한게 아니다." 23일 발표된 경남 고성군 삼산면 병산마을 주민들에 대한 1차 건강영향조사 결과는 주민들의 혈액.소변 중 카드뮴 농도가 폐광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보다 전반적으로 높아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민관공동위원회는 이날 병산마을 주민 102명을 조사한 결과 혈액중 카드뮴 농도평균치가 3.3㎍/ℓ(ppb)였고 소변 중 농도가 2.1㎍/gcreatinine인 반면 대조마을주민 152명의 평균치는 혈액중 농도가 2.2㎍/ℓ, 소변중 농도가 1.5㎍/gcreatinine이었다고 밝혔다. 이중 WHO와 미국 산업위생사협회 기준인 5㎍/ℓ를 넘어서는 주민이 병산마을에서 13명, 대조마을에서 1명씩 각각 확인됐으나 병산마을 주민들의 혈액중.소변중 농도 평균치가 대조마을 주민들의 수치보다 높다는 점이 중요하다. 병산마을과 대조마을은 다른 조건은 모두 비슷하고 폐광이 있느냐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내용은 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병산마을의 평균 카드뮴 농도가 높다는 사실은 폐광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나 세인들의 관심은 애초 환경단체가 언급한 이타이이타이병 가능성에 쏠려있지만 민관 공동위원회에서는 "사실 이타이이타이병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 나타난 이타이이타이병은 인체중에 축적된 카드뮴이 신장 손상을 가져와 베타 2 마이크로 글로블린 수치가 높게 나타났고 결국 골연화증 등 증세로까지이어졌지만 인체에 축적된 카드뮴이 반드시 신장 기능에만 악영향을 주라는 법은 없기 때문. 과연 병산마을 주민들 몸에 축적된 카드뮴이 신장 기능 등에 영향을 줬는지 여부는 앞으로 정밀조사를 통해 밝혀내야할 부분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만으로도 방치된 폐광이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지난 95년 우리나라 최초로 폐광 부근 주민들의 카드뮴 중독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졌던 경기도 광명 가학광산 주변 주민들의 혈중 카드뮴 농도는 평균 2.90ppb였고 대조마을인 인근 일직동 주민들의 평균치는 2.02ppb였다. 당시 중앙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임원(張壬源) 교수팀의 문제제기 이후 전국폐광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범 정부적인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9년 후 개선된점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고성 병산마을에서 확인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