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20일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밝힘에 따라 평행선을 달려온 정치권의 국보법 개.폐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국보법 문제를 둘러싼 논점이 `존치냐, 폐지냐'에서 `대체입법이냐, 형법보완이냐'로 바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국가체제 수호나 안보에 어떤 불안과 문제도없다면"이란 전제를 달긴 했으나 국보법 2조의 `정부 참칭' 조항 삭제와 함께 법안명칭 변경 가능성까지 언급함으로써 향후 국보법 관련 여야 협상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여당의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에 이어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본회의처리 시점이 여야 합의에 따라 늦춰진 것과 맞물려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얽히고설킨 현안의 매듭을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설익은 관측도 제기된다. 당장 열린우리당은 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나섰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큰 틀에서 우리당의 입장과 별 다를게 없다"면서 여야간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영춘(金榮春) 원내수석부대표도 "뒤늦게나마 접점을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돼다행스럽다"고 말했고, 임종석(任鍾晳) 대변인은 "여당 내부 균열을 노리는 의도가있다고 하더라도 박 대표의 말을 긍정평가한다"고 말했다. '국보법 폐지 여야의원 모임'도 이날 간사회의를 열어 박 대표의 언급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성명서 발표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당과 한나라당 내부에서 `대안' 차원으로 거론돼온 대체입법론에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또한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국보법 이름을 바꾸자는 여당내 이야기가 있지만, 중요한 내용이 다 담겨야지, 글자 한두자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이는 바꿔말해 대체입법안에 국가안위와 관련된 국보법의 핵심 내용이 담길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우회적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대해 28명이 참여한 우리당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간사인 안영근(安泳根) 의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환영한다"며 "이제 대체입법으로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공성진(孔星鎭) 제1정조위원장은 "국보법의 이름은 살리되 내용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라고 말해 탄력적 대응을예고했다. 그러나 여당내에서 형법보완론과 대체입법론 간의 견해차가 크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박 대표가 삭제 의사를 밝힌 정부참칭 등 일부 쟁점 조항을 놓고 의견이 맞서 있어 국보법 문제가 당장 정치권의 논의로 발전할지는 미지수다. 박 대표도 `정부참칭' 삭제용의를 표명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내용이 당내 파장을 일으키자 일단 한 발짝 물러서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특히 여당의 경우 형법보완을 `형법개정', 대체입법을 `보완입법'으로 공식 표현할 만큼 국보법 개정보다 폐지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국보법의골간은 유지하되 시대에 맞지 않은 조항을 고치자는 데 중론이 형성돼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추석 연휴 전 의원총회를 열어 국보법 개.폐문제에 대한 당론을 수렴할 예정이어서 보.혁 대결로 번진 국보법 논란이 가닥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