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제도의 완화 또는 폐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 우선론'과 함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원내지도부와 정책위원회 등 공식기구는 "출자총액제한제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당론에는 변함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참여정부 대기업 정책의 근간이란 점에서 여당 내의 논의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자제한 풀어야 경제 활성화=당내 규제개혁위원회 간사인 김종률 의원은 31일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재계가 규제개혁을 언급할 때마다 집중 제기하는 문제인 만큼 기업측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며 "적용기준 완화 등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면 당내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부영 의장도 "기업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한다면 완화 또는 폐지를 검토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고 시한제 등도 고려할 수 있다"며 제도 개정에 힘을 실었다.

정덕구 의원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막기 위해 제도를 시행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투자를 너무 안해 문제인만큼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강봉균 의원은 전날 경제토론회에서 "시장개혁의 초점은 대기업 오너의 경영투명성 확보와 지배구조 개선이지 기업규모가 커지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다"며 "출자총액제한제는 신축성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유지 불가피=기업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는 제도에 손댈 수 없다는 것이 제도 유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미 충분한 논의를 거쳐 완화돼 있는 상태이므로 더이상 기본 틀을 바꿀 수는 없다"며 "출자총액제한제가 기업투자에 걸림돌이 된다면 구체적 사례를 갖고 얘기해야지 포괄적으로 '제도가 문제'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김진표 의원은 "변호사 출신 등 일부 의원들이 출자총액제한제가 마치 기업규제의 상징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내부통제 기능 등의 조건을 충족한 기업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있고 일정기간 후 제도가 시장에 정착되면 폐지한다는 것이 정부측 로드맵이므로 논란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정세균 의원도 "제도를 완화하거나 폐지할 정도로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성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업들이 규제완화를 내세우면서 다른 꿍꿍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가세했다.

제2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계안 의원은 "당분간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당론과 달리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발언을 하는 일부 의원들에게는 주의를 줄 생각"이라며 '입단속'에 나섰다.

박해영·양준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