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聖在 < 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교수 >

보험산업이 최근 위기에 직면해있다. 판매 채널이 크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상품은 성격상 능동적 판매가 요구돼 국내에선 전속대리점제도(모집인 포함)가 주축을 이뤄왔다.

그러나 최근 보험회사들은 판매채널 면에서 혁신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인터넷 등장과 함께 방카슈랑스 도입은 기존 판매조직의 붕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에는 새로운 수수료 영업을 의미하며 핵심업무는 아니다. 그러나 보험사들에 있어 독립대리점인 은행에 의존하는 판매는 단순한 판매채널 교체가 아닌 경영전략 측면에서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

독립대리점인 은행은 다수의 보험사들을 선택적으로 대리할 수 있으며 보험판매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국내 보험산업이 시장 집중도가 높은 것처럼 은행산업도 상위 3∼4개가 점포수나 예금대출면에서 압도적이다.

2003년 9월 1단계로 저축성보험 등의 은행판매가 허용된 결과 보험사들의 양극화 현상과 은행의 보험모집에 대한 막대한 지배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2단계로 허용될 예정인 자동차보험,장기보장성보험은 성숙된 시장으로 이들의 은행판매는 브랜드파워가 취약,방카슈랑스에서 소외되는 중소형사들에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부실화 여파는 이를 흡수해야할 대형사들과 보험산업 전체에 그대로 미치게 될 것이다.

한편 인터넷 매체의 등장으로 인해 이미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보험산업에 독립대리점 형태의 방카슈랑스는 가격경쟁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물론 가격 적정화를 유도하는 유효한 가격경쟁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미래의 불확실한 손실발생에 대한 예측에 기초한 가격으로 리스크를 인수하는 보험사업은 무리한 가격인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특성이 있다.

따라서 과당경쟁은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사들에 회복할 수 없는 부실화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방카슈랑스 구축은 판매계약,전략제휴,조인트 벤처,은행에 의한 보험자회사(또는 보험사에 의한 은행자회사),은행과 보험사의 상호합병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판매계약이 대부분이다.

대형은행들은 보험자회사를 소유하고 있거나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은행소유에 대한 엄격한 규제에 따라 대형보험사들은 은행소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방카슈랑스를 추구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매우 좁은 편이다.

경쟁력있는 은행은 국가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리스크를 인수하고 관리하고 손실을 보전하는 보험산업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은행에 대한 방카슈랑스 허용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보험을 싸고 편리하게 공급하는 데 있다.

은행이 이익창출을 위해 하나의 수수료 영업인 방카슈랑스에 치중해 본연의 업무에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이 자회사로 보험사를 소유해 리스크 인수사업에 진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보험의 안정적 생산과 공급을 위해선 기존 보험산업의 안정적 성장이 중요하다.

방카슈랑스는 필연적인 추세다.

그러나 방카슈랑스 도입 과정에서 보험산업이 위축되거나 성장이 저해되어서는 안된다.

방카슈랑스 도입은 경쟁력없는 보험사들의 경영구조 변화나 시장퇴출,인수합병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종래 전속대리점 위주의 경영구조를 은행판매 또는 다채널 경영구조로 바꾸는데는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

아무리 공정경쟁에 대한 규정이 보완된다 하더라도 은행의 보험판매에 대한 지배력이 일방적인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는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에 대해 보다 유연한 입장을 갖고 산업자본의 폐해를 막으면서 보험사들이 은행(예를 들면 소매전문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 방카슈랑스를 통해 은행과 보험산업이 상호경쟁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두 산업이 유효한 경쟁을 하고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판매채널은 보험사에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전략적 요소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산업과 은행산업의 상호 건전한 발전을 위해 추진 일정에 대한 과감한 조정과 제도적 보완은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sjkim@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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