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들의 투혼 만으로는 2% 부족했다.'

한국여자배구가 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28년 만의 메달 꿈에 도전했으나 4강문턱에서 좌절했다.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에서 세계랭킹 4, 5위 러시아, 이탈리아에잇따라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본선 티켓을 따낸 뒤 '승부사' 김철용 감독의 지휘 아래 지옥훈련을 거쳤지만 한발 앞서가는 세계 배구의 흐름을 따라잡기에는 파워와 높이, 테크닉에서 모두 부족했다는 평가다.

국제배구연맹(FIVB) 심판으로 아테네에 온 김건태 대한배구협회 심판이사는 24일(이하 한국시간) 한국과 러시아의 8강 대결을 지켜본 뒤 "솔직히 공격만 놓고 보면 조직력과 세기에서 우리가 나을 게 없다"며 패인을 힘과 높이의 원천적인 한계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냉정하게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러시아의 최장신(204㎝) 공격수 에카테리나 가모바는 키가 크다고오픈 스파이크와 블로킹만 하는 게 아니라 탄력넘치는 백어택에 난이도가 높은 C속공까지 척척 소화해냈다.

한국도 세계의 벽을 넘기 위해 올림픽 직전 점프서브와 백어택을 집중 연마했지만 전초전으로 열린 그랑프리대회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예전의 조직력 위주 배구로 회귀했다.

준비할 시간이 짧았던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30대 베테랑 4인방 구민정, 장소연, 강혜미(이상 현대건설), 최광희(KT&G)의 뒤를 받쳐줄 '젊은 피'가 부족했기 때문. 센터에서 라이트로 보직을 변경한 정대영(현대건설)이 나름대로 가능성을 발견했지만 경험과 파워를 두루 갖춘 20대 중반의 스파이커들은 여자배구 인기 추락과함께 씨가 마른 게 현실이다.

김철용 대표팀 감독은 4강 도전에 실패한 뒤 "최소한 30명 정도의 대표팀 상비군을 지속적으로 키워 세계 배구의 흐름을 따라잡아야 한다.
장기적, 체계적으로 선수를 길러내지 못하면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노장 세터 강혜미는 "이러다가는 우리 배구가 세계대회에 아예 초대받지 못하는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국이 외형상 거둔 성적은 '이길 팀에 이겼고 질 팀에는 졌다'는 말로 정리된다.

84년 LA올림픽 이후 매번 5-8위 권에 머물러온 전철을 밟았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이라고 보기도 힘들다는 평가다.

조별 예선과 8강에서 한수 위의 전력인 이탈리아, 브라질, 러시아에 한 세트도따내지 못한 채 완패했고 전력이 처지는 홈팀 그리스와 케냐는 무난히 잡았다.

성과를 꼽으라면 최근 열세로 몰렸던 숙적 일본을 3-0으로 시원하게 완파한 것. 그러나 차기 올림픽에서 '몬트리올 신화'의 재현을 노린다면 일본을 누른 데 만족할 수는 없다고 배구인들은 입을 모았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