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마라톤 인생의 피날레를 장식할 결전의땅에 발을 내디딘다.'

'봉달이' 이봉주(34.삼성전자.2시간7분20초)가 지난 90년 전국체전에서 2시간19분15초로 2위를 차지하며 '고독한 러너의 길'에 뛰어든 이후 한순간도 쉼없이 달려온 여정을 마무리 짓기 위해 '신화의 땅' 아테네에 입성한다.

풀코스 31회 완주와 훈련 거리를 합해 지구를 네 바퀴나 도는 거리인 15만8천㎞를 달려왔고 이제 가장 힘든 여정이 될 지도 모를 최후의 42.195㎞를 남겨 뒀다.

이봉주와 팀 메이트 이명승(25), 훈련 파트너 존 나다사야(25.탄자니아), 그리고 '아스팔트 위의 승부사' 오인환 감독으로 구성된 삼성전자마라톤팀은 27일(이하한국시간) 아테네 북쪽 파르티나에 있는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해 마지막 사흘 간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봉주는 최종 훈련지인 아테네 북쪽 100㎞ 지점의 소도시 시바에서 '탄수화물식이요법'을 계속하며 아테네행 짐 꾸러미를 챙겼다.

지난 4월7일부터 시작된 144일 간의 '올리브관 프로젝트'는 종착역을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15초에 실전 레이스를 뛴 이후 5개월 여를 5단계(고지훈련 2회, 국내훈련 2회, 현지적응 1회)로 나눠 소화했고 훈련 성과는과거의 어떤 대회보다 내실이 있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오인환 감독은 "대전, 중국 쿤밍, 강원도 횡계, 스위스 생모리츠, 그리스 시바로 이어지는 고된 훈련의 와중에서도 단 한차례 한눈을 판 적이 없고 조그마한 부상도 없었다"며 최상의 몸 상태로 아테네에 입성할 것임을 자신했다.

오 감독은 지난 22일 여자 마라톤 실전 레이스 점검을 통해 이봉주가 레이스 도중 걸어야 할 승부처를 마음 속에 점찍었지만 밖으로 내비치지는 않았다.

이봉주와 팀 메이트들은 페이스 메이커가 없는 올림픽 마라톤에서 각자 자신의성적을 위해 뛴다.

그러나 마라톤 강국들이 대부분 3명의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만큼 '협공'을 이겨낼 수 있는 기본 팀 워크 전략은 이미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2시간13분42초가 최고기록인 이명승도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 '톱 10' 진입의 목표에 도전한다.

한국 마라톤 현역 랭킹 2위 지영준(23.코오롱)은 앞서 지난 11일 아테네에 들어와 시내에 캠프를 차려놓고 정하준 감독과 함께 마무리 적응 훈련에 한창이다.

지구력과 스피드에서 세계 톱 클라스에 근접할 잠재력을 지닌 지영준은 아테네에서 메달권에 진입해 이봉주 이후 한국 마라톤을 이끌어갈 차세대 에이스의 입지를굳힌다는 결의에 차 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