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수급보다 헤지펀드에 의한 투기적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시장의 장기적 수급측면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유가의 적정수준은 배럴당 30∼35달러"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 "투기프리미엄은 배럴당 10달러" =FT는 배럴당 5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가격중 10달러 정도를 '투기프리미엄'으로 분석했다.

이는 시장에서 투기적 요인이 완전히 제거될 경우 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30달러대 후반으로 급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FT는 헤지펀드의 원유시장 개입이 유가를 급등시키고 있다는 근거로 지난주 원유현물과 5년물 장기선물간의 가격차이가 배럴당 10∼12달러로 확대됐다는 점을 꼽고 "이는 투기세력들이 9월물 만기전에 유가를 5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려 단기이익을 챙기려는 전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이와 함께 석유소비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원유시장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고 우려했음을 상기시켰다.

FT는 미달러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원유시장에 투기세력들이 몰려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달러기준 구매력 하락으로 산유국들의 불만이 커진데다 투기요인이 어우러져 유가가 비이성적으로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 프리미엄 변수가 유가흐름 좌우 =전문가들은 원유시장 프리미엄 구성요소들의 전개방향에 따라 유가가 급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는 "장기적인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유가가 30∼35달러인 것이 정상"이라고 전망한 반면 로버트바이드코 애널리스트 조지 가스피는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나면 유가가 50달러를 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내다봤다.

프리미엄을 좌우하는 요소로는 이라크 정정불안, 테러공포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소환투표 승리로 유가영향력이 어느 정도 감소했지만 미국의 대통령선거(11월2일)가 다가오면서 '테러공포 프리미엄'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