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46달러를 돌파,50달러선을 코앞에 두고 있고,우리 석유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고유가 비상대책'기준선인 35달러를 훨씬 넘겨 39달러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미 석유화학 화섬 항공 해운 등 산업 피해도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대란'의 불안감마저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같은 초고유가 상태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10년물 원유의 선도가격이 사상 처음 배럴당 35달러선을 돌파함으로써 그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다수의 석유전문가들도 지금의 유가 급등이 이라크 석유수출 감소나 러시아 유코스 사태 같은 돌발상황 때문이 아니라 세계 석유업계의 투자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세계 석유업계의 유전개발,정제시설 확충은 별로 이뤄지지 않은 반면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의 유류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상당 기간 고유가와 공급부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론 낙관적인 견해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고유가의 장기화 내지 고착화에 대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놓여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운용방향을 비롯 물가안정대책,민생안정을 위한 재정금융정책 등을 재점검하고,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확보 대책과 기업경영 안정방안 등 모든 분야의 정책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유가급등이 과거의 1,2차 오일쇼크 때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안이한 변명이나 하고 있을 때가 결코 아니다.

특히 정부는 우선적으로 유가급등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유류관련 내국세의 인하와 함께 석유수입부과금의 인하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유류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토록 한 것이나 석유수입부과금의 징수는 제도도입 자체가 바로 이런 비상상황에 대비키 위한 것인 만큼 주저할 이유가 없다.

늘 강조되고 있는 얘기이지만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개편을 비롯해 해외자원개발의 확대,적극적인 신ㆍ재생에너지 개발 등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의 추진전략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위기가 닥치면 법석을 떨다가 안정됐다 싶으면 잊고 마는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