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하 전 대통령은 8일 "1,2차 석유파동 때에는 정부가 에너지 절약시책을 주도했는데 요새는 도대체 절약을 모르는 것 같다"며 현 정부를 꼬집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인 최 전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가 석유파동을 몸소 겪어서인지 기름문제에 걱정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야 할 것 없이 에너지 문제에 잘 대응해야 한다"며 "특히 (공무원들은) 몸을 내놓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고유가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도 잘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최 전 대통령은 "(내가)외교특보로 있던 1972년 박정희 전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석유 할당량을 산유국 측에서 줄이지 않도록 외교활동을 하라고 지시,베이루트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 갔다"며 "프랑스 등 각국 정상 수십명이 와 있는 상황에서 운좋게 프랑스 다음으로 왕을 접견하고 선처를 부탁해 할당량을 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때는 실패하면 무슨 낯으로 대통령을 보나 걱정돼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최 전 대통령이 "요즘 경제 말들 많이 하던 데 경제는 잘 돼가느냐"고 묻자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대답했다.

한편 박 대표는 최 전대통령에 이어 오는 12일까지 외유중인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한 전직 대통령을 잇따라 예방할 예정이다.

최명진 기자 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