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이상 기업금융 분야에서 노하우와 명성을 쌓아온 외국계 투자은행을 브로커리지 분야에만 집중해온 국내 증권사가 어떻게 이길 수 있겠습니까."(D증권사 기업금융 담당 임원)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을 장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중 하나는 바로 '역사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는 증권사 수익구조가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미국 증권사들의 경우 M&A 중개 등을 통한 수수료 수입이 전체 매출액의 40%를 넘고 있다.

주식위탁매매 수수료수입은 전체의 18%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국내 증권사들은 매출액의 40% 가까이를 주식중개에 의존하고 있다.

M&A나 기업공개 등 기업금융 분야 수익은 전체의 5%에도 못 미친다.

특히 해외영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M&A 딜을 중개할 때 국내업체들이 외국계에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특히 국내 증권사의 경우 브로커리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증시상황에 따라 수익의 변동폭이 너무 크다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최근처럼 증시침체로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면 곧바로 증권사의 수익악화로 연결된다.

여기에다 위탁매매 점유율을 둘러싼 업계간 경쟁심화는 수수료 인하경쟁으로 이어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증시 대세상승장이 한 번 펼쳐지면 3~4년은 걱정 없다는게 일반적 인식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국내 증권사의 '천수답(天水畓)식 수익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선진 영업구조로 무장한 외국계를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증권사는 규모에서도 외국계와 게임이 안 된다.

대우증권 성종렬 M&A팀장은 "기업간 M&A 중개를 따내려면 무엇보다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월 대한투자증권의 KT&G 보유지분(3천6백억원 규모) 매각이다.

당시 메릴린치는 국내외 대형 증권사들을 물리치고 단독 주간사로 선정됐다.

메릴린치가 이 딜을 따낸 결정적 이유는 KT&G 주가가 매각 기준가 대비 2% 이상 떨어질 경우 총액인수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한국증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최대증권사(자산규모)인 삼성증권의 총자산은 5조원(2003년 기준) 정도로 미국 최대인 골드만삭스(3백80조원)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증권의 지난 2000∼2002년 연평균 매출액도 1조원 가량으로 골드만삭스(34조8천억원)의 2.9% 수준에 그친다.

증권연구원 조성훈 박사는 "국내 증권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자본금 대형화가 시급하다"고 전제, "투자은행 업무에 강점을 보유한 증권사와 자산운용 업무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간 결합이 이뤄지는 등 다양한 방식의 '덩치키우기' 작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