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 몰아친 사상 최악의 '거래 실종'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대부분 중개업소가 4개월여간 단 한 건의 거래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처럼 얼어붙은 거래시장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중개업소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전업(轉業) 등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중개업소 사장님들로부터 "거래가 끊겨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하소연을 듣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보기 위해 27일 하룻동안 서울 강남권 주요 지역과 분당의 중개업소들을 둘러봤다.

오전 10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송파구 신천동 미성상가 내 행운부동산.잠실시영 등 잠실일대 재건축아파트와 미성 등 중층 아파트를 주로 취급하는 이곳에선 한시간 동안 앉아 있었지만 전화 한 통 없었다.

이 중개업소 박헌순 실장은 "이곳에 있는 10여개 중개업소 중에서 최근 한 달동안 매매계약서는 고사하고 전세계약서를 써본 곳도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가 내 중개업소 거의 대부분이 매물로 나왔다.

그러나 중개업소를 인수하려는 사람이 없어 사업을 접으려고 해도 접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아파트 인근 신한공인.이곳 장찬수 사장은 "이곳 60여개 중개업소의 90% 이상이 지난 4월 이후 계약서를 단 한 장도 써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중개업소는 신용카드로 임대료를 돌려막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장 사장은 귀띔했다.

오후에는 강남구 일대 부동산을 돌아봤다.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구 개포동에선 중개업소 한켠에다 건강식품 판매 코너를 설치한 곳을 발견했다.

A공인 K사장은 "임대료라도 마련하기 위해 이같은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장사가 신통치 않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1억원까지 갔던 중개업소 권리금이 4천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개포동 에이스공인 조병희 대표는 "권리금 손해가 막심해 중개업소를 정리하고 싶어도 정리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하던 대치동 도곡동 일대 중개업소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치동 신세계공인 김재돈 대표는 "올해는 여름방학을 노린 학군 전세수요도 없다"며 "살고 있는 전셋집이 나가지 않아 이사를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분당 야탑동의 중개업소를 둘러봤다.

야탑역 인근의 S공인 J대표는 "분당에서 최근 몇 달간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먹고 살기 위해 중개업을 잠시 접고 '죽 전문점'을 운영키로 했다"고 말했다.

S공인 사무실에는 실제로 죽 전문점 개설에 필요한 집기 및 시설물들이 쌓여 있었다.

이처럼 중개업소들이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정부가 주택거래신고제 투기과열지구지정 등을 통해 거래세를 급등시킴으로써 매매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집값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개업소와 이삿짐센터,인테리어업체 등 유관업소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부작용을 불러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중개업소의 목소리를 가는 곳마다 들어야 했다.

양천구 B공인 관계자는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해 공인중개사를 대거 배출하겠다더니 오히려 기존 중개사들마저 실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며 "집값을 잡는 것은 좋지만 거래의 숨통은 터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