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최근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가 국가 정체성을 거론하며 자신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한데 대해 "대한민국의 헌법에 담긴 사상이 내 사상이라 달리 대답할게 없다"고 말한 것으로 26일알려졌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한 글을 통해 박 대표의 입장 표명 요구와 관련, 노 대통령을 만나 이같은 답변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이철, 유인태씨같은 사람들이 유신에 항거해 감옥살이할 때(나는) 판사 한번 해보려고 유신헌법으로 고시공부한 것이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고백"이라고 덧붙였다고 윤태영 실장은 전했다.

윤 실장은 "솔직히 구태의연한 색깔논쟁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사상고백을하라는 것인지...아니라면 무슨 답변을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굳이 답변하려면 대통령은 헌법 전문부터 읽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은 취임이후 가는 곳마다 자유민주주의를 얘기했고 투명한 선진 시장경제를 얘기했다"며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와 선진 시장경제에 반하는얘기를 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은 시장경제도 버리고 민주주의도 포기하자는 것인가.
국정
원은 정치인의 뒷조사를 하고 언론에는 재갈을 물리고 검찰은 정치보복의 첨병 역할을 하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브리핑은 또 `참여정부의 국가정체성은 헌법전문에 있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관권통치 수단이었던 유신헌법이 아니라 1987년 10월 개정된 민주헌법을 봐야한다"며 "참여정부는 헌법에 규정된 민주적 기본질서를 `완성형'으로 만들어 나가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리핑은 "참여정부는 시대정신에 맞춘 새로운 리더십으로 헌법 취지에 따른 국가정체성을 보다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며 "그럼에도 유신시대를 연상시키는구태의연한 색깔공세나 이념공세가 횡행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국가정체성으로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정치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