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경제를 가진 미국의 대선만큼 경제가 선거를 좌우하는 나라도 없다.

올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도 그래서 결국은 앞으로의 경제 흐름이 조지 부시의 재선이냐 존 케리의 역전이냐를 결정하리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대통령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허용하고 국민들은 그에게 경제를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미국 대통령이 경제를 좌지우지할 힘은 생각보다는 그리 많지 않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경제적인 힘을 행사한 사람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었으며 그는 뉴딜프로그램 등 재정 정책과 금본위제 파기 등 파격적인 조치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켰으나 1937년 이후 미국 경제는 곧 공황국면에 빠져버렸다.

부시 취임 후 최근까지 계속됐던 경기후퇴도 사실은 대통령 취임후 곧바로 시작됐으므로 엄밀히 따지면 조지 부시의 책임은 아니며 마찬가지로 금년봄 반짝 경기회복도 그의 성과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재선 여부는 또다시 경기 후퇴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의 흐름에 달려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992년 미국 대선을 보더라도 그 당시 미국 경제는 1990∼91년 경기 후퇴에서 회복기에 들어갔으나 국민들은 체감 경기 회복을 느끼지 못했고 그래서 클린턴의 선거 구호였던 "바보야,이제는 경제야(It's economy,stupid.)"가 대선승리를 이끌었던 것이다.

경제이론적으로는 경기후퇴와 경기회복은 경기의 순환에 따르며 이 순환은 대통령의 힘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순리인 것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금리 및 통화정책은 연방준비은행에서 결정되고 집행되므로 대통령의 권한은 재정정책, 즉 조세정책이나 예산정책 등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현재의 경제 상황은 지속적인 경제구조의 문제,가계부채로 인한 신용불량자의 문제,노사문제 등이 겹쳐 내수부진에 따른 경기침체 국면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경기 회복의 책임까지 면제받을 수는 없다.

따라서 현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는 우선 중·장기 경제비전을 구체적이고 신빙성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 경제는 경제개발5개년계획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목표와 성과를 비교·분석하면서 성장해 왔다.

이제 다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목표설정이 시급하다.

동북아 금융허브,IT(정보기술)산업발전 계획 등 산발적이고 개별적인 계획은 국민의 컨센서스를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

둘째는 경제 정책의 결정과정을 투명하고 설득력 있게 이끌어 갈 필요가 있다.

당정 그리고 국회,산업계가 공감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설정이 시급하다.

특히 노사정책의 결정과정은 앞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운명이 달려있으므로 투명하고도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셋째는 조세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다.

개인 소득세 내지는 법인세의 일시적이고 한정적인 인하로 중간 및 저소득층과 기업의 사기를 진작시켜 내수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미국의 경우 조지 부시 취임후 선거공약대로 개인 소득세 인하에 따른 소득세 환급으로 국민들이 환호하던 예를 우리는 알 수 있다.

경기침체하에서 각종 세금을 인상하는 정책은 역작용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넷째는 성장과 분배의 논쟁을 중단하고 성장과 분배를 동전의 양면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성장없는 분배는 있을 수 없고 분배없는 성장은 사회갈등만을 초래한다.

따라서 성장 우선 정책과 더불어 의료보험 실업보험 등 사회보장성 및 안전망 위주의 분배정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이나 기업도 분기별 자료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제시하는 비전을 신뢰하고 협조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살기가 어렵다는 불평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우리경제는 숱한 난관을 극복해 왔고 앞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따라서 이제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바닥까지 온 경제가 이제는 경기순환의 법칙에 의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