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국.공.사립대 총장 16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교수의 정치 참여 보장을 제한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려다 '밥그릇'이 걸리자 꼬리를 내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러나 교원의 정치활동 제한 문제가 교수사회에서 본격 논의됨에 따라 향후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에 진출하려는 교수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일 제주 라마다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 박영식 광운대 총장) 주최 하계 세미나에서 총장들은 '대학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위해 대학교원의 정치 참여 보장 제도는 재검토돼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할지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대교협 이사회는 미리 마련한 결의문 초안 3항에서 `대학의 교원이 재직중 국회의원에 당선되거나 고위 공무원으로 임용될 경우 그 기간 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교육공무원법 제44조 2항 및 3항은 대학의 학문적 분위기를 흐리게 하고 교육과정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외부 정치활동을 마친 뒤 복직할 수 없도록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대학교수들이 국회의원이나 장.차관이 되기 위해 줄을 서는 행태가 심각해 연구활동에 지장을 주고 면학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고 판단해 결의문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국립대 총장이 "국립대 총장은 고위 공직자의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총장 임기가 끝난 뒤 교수 복직이 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이해가 상충돼 찬반 격론을 벌였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복직할 수 있도록 규정한 2항은 통과시키되 고위공무원으로 근무한 뒤 복직할 수 있도록 규정한 3항은 제외하는 방안 등을 3일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립대 총장의 경우 임기가 만료된 다음날에 임용 직전의 교원으로 임용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같은 법 24조에 규정돼 있어 총장들의 논의가 '코미디'에 가깝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결의문은 또 2항에서 `대학의 선발제도를 완전 자율화할 것을 건의한다'는 문안을 넣었다 전날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이 세미나에 참석해 "대입제도는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등 이른바 `3불(不)'만 빼고 완전 자율화돼있다"고 강조하자 `3불 사항만 제외하고 완전 자율화해 달라'고 하는 해프닝도 벌였다.

결의문은 아울러 1항에서 대학교육재정의 획기적 확충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를 대학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재정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