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까지 경기도 평택으로 옮아갈 용산기지에 미군 가족용 호화 아파트 2동이 미국측 경비 부담 약속과 달리 한국 정부의 예산으로 완공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미군은 아파트 신축에 합의할 당시 용산기지 이전 소요 기간을 최소 10년이상으로 발표하고 아파트 규모도 당초 공개한 가구 수보다 늘린 사실이 새롭게 확인돼 한미동맹의 근간인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미군 전문지 성조지에 따르면 용산기지 사우스포스트 영내에 농구장과 바비큐 파티장, 지하주차장, 첨단 보안시스템을 갖춘 5층 아파트 2동에 대한 건립공사가 최근 완료돼 28일 준공식을 가졌다. 한국정부가 약 286억원을 들여 건립한 이 아파트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0월 북한군 약 100명을 사살한 미 제1기갑사단 소속의 로이드 버크 중위의 이름을 따 `로이드 버크 타워'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자연광이 실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천장이 높고 창문이 탁 트이도록 설계된 이아파트는 44평형 80가구, 50평형 36가구, 56평형 2가구로 현재까지 40가구가 입주했으며 다음달 중순까지 잔여가구 입주도 끝날 계획이다. 이 아파트는 또 나무 바닥과 싱크대는 미국에서 수입한 재료를 사용했고 입주자들이 실내온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냉난방시스템이 설치돼 용산기지에 근무하는 미군들이 탄성을 질렀다고 성조지가 전했다. 티모디 맥널티 주한미군 34지원단장은 준공식에서 아파트 실내를 둘러본 뒤 "그저 놀랍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밝혔고 F-15E 전투기 조종사인 짐 맥긴은 "군복무 기간 이렇게 훌륭한 집을 갖게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용산기지가 도심 밖으로 옮겨가야 하기 때문에 아파트 건립은 불허돼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던 2002년 2월 한미 양국의 합의로 이 아파트가 건립됐으나 준공 이후 합의파기 부분이 발견돼 국민적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 국방부는 아파트 신축계획을 발표할 당시 건립비용에 대해 서로 합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것은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 미국의 아파트 예산으로 짓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와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 정부의 예산으로 아파트가 건립됐고 규모도 당초 60가구만 짓겠다던 약속과 달리 준공된 아파트는 그보다 2배 가까이 되는 118가구로 드러났다. 더욱이 양국은 그 전에 "최소 10년 이상 장기간 걸리는 용산기지 이전문제를 협의해 나가면서 주한미군 아파트 건립을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군 소식통들은 "양국이 아파트 건립에 합의한 이듬해에 용산기지를 2007년까지 오산.평택기지로 옮기기로 합의한 점에 비춰 기지이전에 10년 이상 소요된다는 발표는 국민 기만용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