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2일 피살된 가나무역 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실종된 사실을 6월 초 포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를 놓쳐 결과적으로 김씨의 피살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P통신은 24일 "지난 6월초 이라크 바그다드 지사에서 '김선일'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비디오테이프를 납치단체로부터 배달받고 한국 정부에 문의했으나 확인되지 않아 방송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P통신 잭 스토크스 대변인은 이날 오전 7시 '지난 5월31일 피랍된 김선일씨(34)의 피랍 직후 모습'을 자회사인 AP텔레비전뉴스(APTN)를 통해 동영상으로 전세계에 타전한 뒤 이날 오후 이같이 경위를 밝혔다. AP통신측은 "서울 주재 AP통신의 한 기자가 6월3일 한국 외교부 모 공무원에게 '김선일로 발음되는 한국인이 이라크에서 실종됐느냐'고 물었으나 이 공무원으로부터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을 알지 못하며 현재 한국인 중에는 실종이나 포로로 잡힌 사람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씨의 피랍 시점이 당초 알려진 '6월17일'보다 보름 이상 앞선 '5월31일'로 판명된 상황에서 AP통신이 이같이 보도함으로써 정부는 위험 국가인 이라크에서의 재외국민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국가가 그런 사실을 알고 은폐한 적은 절대 없다"며 "AP통신은 정확히 내용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비디오테이프 문의' 의혹 등에 대한 진위 여부 규명을 위해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