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중경제안보재검토위원회(UCESRC)'의연례 대의회 보고서에서 당면 북한 핵위기 문제와 관련, 눈에 띄는 것은 기존의 중국 주도 6자회담 틀을 통한 해법의 시한을 `수개월'로 상정하는 듯한 대목이다. 미 의회가 최근 청문회 등에서 부쩍 북한 핵위협의 `긴급성'을 강조하면서 6자회담의 실효성과 중국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미국 언론에도 북핵 위협의긴급성을 지적하는 기사와 칼럼이 많아지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물론 대부분 대중 정책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정부와 재계, 연구소 등 관계자 130명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인터뷰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15일 상원 외교위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관련 청문회에서도넬슨 의원 등은 "6자회담이 과연 (북한에) 통하기는 하는 것이냐"며 긴급성에 비춰행정부가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달 하순 3번째 회담을 갖는 북핵 6자회담이 갈림길에 섰다는 것은 최근 미.일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북한의 진의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위한 결정적 기회로 삼겠다는 뜻을 시사한 점이나 이날 외교위 청문회에서 린튼 브룩스 국가핵안보국(NNSA) 국장이 "내주 6자회담에선 정말 진전을 이룰 수 없는지 있는지를 최선을 다해 알아볼 것"이라고 밝힌 것 등에서도 감지된다. 북한을 끌어내고 중국의 더 많은 영향력 행사를 압박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으나 미 의회는 물론 그동안 6자회담 틀을 고수해온 부시 행정부내에서도 이번 3차 회담을 북핵 정책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특히 보고서가 제기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은 국무부의 거듭된 중국에 대한 신뢰표명에도 불구하고 의회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최근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존재 여부에 대한 중국측의 의문 제기를 계기로 더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앞으로 수개월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성적표'에 따라선 미국이 6자회담 틀을 포기하고 아시아지역의 `파트너들'과 새로운 옵션을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새로운 옵션에 대해 보고서는 예시하지 않았지만 최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나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북미 양자간 직접대화를 역설하고 나선 것도 `6자회담이후'를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북한 역시 지난달 한성렬(韓成烈) 유엔 주재 대표부 차석대사가 "북한 핵문제의근원은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한반도에 군대를둔 모든 나라들", 즉 남북한과 미국 3자가 참여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함으로써6자회담 틀에 흥미가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의 북미 양자대화 권유에 "양자대화 테이블에 미국이 가져갈 것은 군사적 옵션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6자회담 고수 입장을 강조한 것이나 미국 대선 결과와 연말과 내년초쯤 북한의 핵개발 진전도에 따라선 미국과 북한이 최종 카드를 갖고 대좌하는 등 미국의대북 정책이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방미, 미 행정부와 의회 및 연구소 관계자들을 두루 만난 한나라당 박진(朴 振) 의원이 "내년초 북한이 공개 선언을 통하든 다른 비공개 방식이든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할 가능성에 따른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 "그때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전한 점이나 존스 홉킨스대의 돈오버도퍼 교수의 내년 북핵 위기론 등이 이와 관련, 주목된다. 이 보고서의 주제는 북핵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중국의 경제.정치적 급성장과 그에 대비되는 미국의 아시아 영향력 감소를 경고하며 미국의 대중, 대 아시아 정책을전면 재검토해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에 적극 개입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고서 전반에 중국이 아시아 지역 강국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세계적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냐는 경계심이 드러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사활적인 이익이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으므로 미 행정부는 아시아 지역 경제와 안보 요구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공약을 과시할 수 있는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아시아 적극 개입 주장이 주한미군 감축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미군 재배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케네스 퀴노네스 전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비롯한 일부 동아시아 전문가들은 아시아지역 주둔 미군의 감축은 결국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