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遷都)'와 '국민적 합의'여부에 대한 논란이 점점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행정수도 후보지를 발표하는 등 수도이전 계획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무척 걱정이다. 정부는 어제 충남 천안 등 4곳을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공식 선정했고,공청회와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오는 8월중 최종 입지를 확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민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행정수도 이전 작업이 진척되다가 만에 하나 중단되기라도 한다면 그 낭비와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서둘러 밀어붙일 일이 결코 아니다. 꼭 추진해야 할 일이라면 국민투표든 또다른 형식이든 국민적 합의나 동의를 얻은 뒤에 착수해도 늦지 않다. 최근의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국민들의 60~70%는 수도이전이 국민투표로 결정할 문제라고 답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대로 강행될 경우 얼마나 큰 혼란을 초래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혼란의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당장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등 4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신행정수도 후보지 선정 평가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수도이전 추진에 대한 협조를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수도이전이 '지역 갈등 확대'요인이 될수 있다는 우려이다. 수도이전을 정말 시간을 두고 치밀하게 검토해야 할 또다른 이유중 하나는 비용문제이다.수도이전 비용이 얼마이고 또 이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나 전문연구기관들이 한번이라도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검토를 해봤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정부는 건설투자비를 45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2∼3배 더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게다가 수도이전 말고도 들어갈 돈은 한도 끝도 없다. 주한미군 감축으로 인한 국방비 증액은 물론 농업개방에 따른 농민보호지원, 사회복지 지출 확대 등 정부가 목돈 지출을 약속한 곳들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막대한 재원을 조달할 길은 현재로선 막막하다.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세금도 예상보다 적게 걷히는 판에 '천도'까지 강행한다면 과연 감당해 낼수 있을지 의문이다.정부가 강력히 억제한다고 하지만 수도이전 후보지 인근의 부동산 투기 열풍도 우려되는 바가 적지않다. 천도는 백년후가 아니라 천년후를 내다보고 접근해야 할 중차대하고 역사적인 국가 대사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민여론을 외면한 채 강행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추진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