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6일 여의도 천막당사 생활을 접고 염창동 신당사에 둥지를 튼다. 천막생활을 시작한지 84일만이다.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박근혜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당사를 팔고 천막을 쳐서라도 이사하라"고 지시했다. 총선을 한달여 남긴 상황에서 '차떼기 정당'의 상징처럼 된 기존 당사와 절연하지 않고서는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천막당사로 옮긴 뒤 참패가 예상되던 총선에서 선전했고 '6·5지방 재보궐선거'에서는 압승을 거두는 등 '천막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리고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이어가기 위해 신당사도 식당으로 쓰였던 허름한 건물을 선택했다. 한나라당은 당사를 이전하면서 천막당사 시절에 쓰던 컨테이너 두 개를 옮겨 기념관을 마련할 계획이다. 천막당사 시절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다. 전여옥 대변인도 "한나라당의 정신은 영원히 천막에 있을 것"이라고 '천막'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도 불법자금의 당사임대료 사용 논란으로 당사를 영등포 폐공판장으로 옮겼었다. 이 역시 국민에 사죄하고 '새정치'를 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재 두 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이러한 '각오'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국회는 지금 원구성 협상 지연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양당은 눈앞의 이익에 얽매여 원구성 시한을 못박아 놓은 국회법까지 어기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의장단 구성은 빨리했고 원구성 협상도 지난 국회에 비하면 늦지 않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또 협상 지연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면서 서로에 대한 비난에만 열중하고 있다. 당사 이전의 이유로 밝혔던 '자기 반성'의 모습은 오간데 없다. 이러한 행태가 계속된다면 허름한 당사로의 이전은 또 한번 국민을 속이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국민은 정당들이 설사 '호화당사'로 들어가더라도 '생산적이고 질 높은 정치'를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최명진 정치부 기자 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