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4일 이건희 회장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의 만남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정부와의 관계에서 껄끄러운 관계를 접고 긍정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임원은 이날 신라호텔에서 오찬을 겸해 이뤄진 회동에 대해"우리경제가 잘되도록 하는 큰 틀안에서 정부와 기업이 합심하기 위해 허심탄회한방안들이 논의된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건설적인 진전의 계기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삼성측에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공정위측에서는 강대형 사무처장만 각각 배석한 가운데 2시간 가까이 모임이 진행됐으나 초미의 관심사가 돼온 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서는 당초 취지대로 공정위가 기업의 애로를 청취하고 재벌 금융사 의결권 축소 등의 취지와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이 회장과 강 위원장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기 보다는 이 회장의 스타일대로 이 회장의 스타일대로 큰 그림을 놓고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고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재벌금융사의 의결권 축소를 공개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삼성측에서는 에버랜드 지주회사 문제를 해결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을 번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LG그룹은 지주회사 규제 5% 완화, SK그룹은 외국인 투자기업 예외인정 요건 강화 등 나름대로의 성과를 얻은 것 처럼 삼성에서도 1년이라는 시정이행 기간을 얻어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재벌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축소를 공식적으로 수용, 공정위의 체면을 세워준 반면 에버랜드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회담 분위기가 어땠는지를 나타내는 대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재계에서는 재벌개혁의 칼자루를 쥐고있는 강 위원장이 지난 달 31일 최태원 SK㈜ 회장을 시작으로 LG, 현대차, 삼성 등 이른바 `빅4' 총수들과 잇따라 면담을 가짐으로써 참여정부 출범이후 가져온 상대방에 대해 갖고있던 불신과 피해의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했다. 모그룹의 한 임원은 "공정위원장의 재벌총수 면담 요구는 거절하기 힘든 자리지만 그렇다고 마냥 끌려간 것은 아니다"면서 "재벌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자리도 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