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공학포럼'이 한국경제신문사와 연세대 공동 주최로 최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신종.변종 바이러스의 출몰과 국가대책 수립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의 참석자들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전담기구를 설립하고 연구개발(R&D)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와 토론 내용을 간추린다.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조류독감,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니파(Nipah) 등 신종 바이러스들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발생한 사스로 인한 사망자만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종 질병들은 인명피해에 그치지 않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일으킨다. 올해 국내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인해 축산농가는 1천2백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미국의 경우 변종 독감에 대해서만 연간 15조원의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 같은 질병은 지구촌의 일일 생활권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의 이동,지구 온난화에 따른 열대병 증가,생태계 파괴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또한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물테러까지 우려되고 있다. 1980년대 박멸된 것으로 알려졌던 천연두의 경우 생물테러 가능성으로 인해 다시 백신개발에 들어갔다. 이에 대비해 정부는 단기적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하고 백신과 치료제를 비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각 부처를 총괄하는 국가대책연구단을 설립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서야 한다. ◆조해월 국립 보건연구원장=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로 인한 신종 질병들이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의 대응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백신과 치료제를 비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벤치마킹해 R&D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R&D의 최우선 목표는 백신 개발이다. 산업자원부와 협조해 백신연구소 및 공장을 설립,백신을 개발하고 대량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평우 대한바이러스학회장=조류독감 등 신종 질병에 대해 그동안 학자들은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 결과 학계에서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기가 힘들었다. 신종 질병의 확산은 국가 차원의 문제다. 학자들이 연구의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구심점이 마련돼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 연구단을 결성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성영철 포항공대 생명과학부 교수=그동안 신종·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해 학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정부의 정책수립에 학계가 적극 참여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종 질병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규명하고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바이러스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R&D 투자도 늘려야 한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이제는 환율,유가 못지 않게 질병이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휴대폰업체인 세원텔레콤이 사스의 여파로 중국 수출길이 막혀 법정관리를 신청한 예가 있다. 미국은 2005년도 R&D예산에서 생물바이러스테러 대비에 대한 예산을 확대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으로 사회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정리=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