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메이커에게 신차 개발시 보안유지는 `특명'이다. 개발 단계에서 정보가 경쟁업체 등에 사전에 유출됐다간 `대형 사고'로 이어질수 있는데다 과도한 신차 정보가 사전에 흘러나올 경우 메이커내 동급 차종 판매에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나 신차가 나올 때 출시 직전까지 극비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동차 내수가 꽁꽁 얼어붙은 요즘에는 이와는 반대로 사전 마케팅 등 초기 기선제압에 승부수를 던져 불황 속에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어차피 기존 차종으로 수요를 이끌어 내는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동급모델에 대한 일부 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새 모델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 판매에 견인차 역할을 함으로써 신차에 `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전 마케팅'의 원조는 지난 96년 11월부터 97년 4월에 걸쳐 줄줄이 선보인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등 대우차 `3총사'. 대우차는 차량 실루엣만 공개, 호기심을 자극하는 티저 광고나 건물 벽면 전체를 덮는 `래핑 광고', PC통신 동호회 시승단 운영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기법을업계 최초로 도입, 시판 3-4개월 전부터 대대적인 사전 마케팅 공세를 퍼부었다. 공격적 마케팅에 힘입은 `3총사'의 약진으로 대우차는 외환위기로 경기가 악화됐던 98년 승용시장내 39.7%의 점유율로 현대차(40.5%)의 뒤를 바짝 쫓기도 했다. 내수 직격탄 속에서도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돌풍'을 주도하며 승승장구를하고 있는 현대차 `투싼'은 북미시장에서 먼저 붐을 일으킨 뒤 `역풍'(逆風)을 십분활용한 경우. 현대차는 출시 한달 여전인 지난 2월 초 시카고 모터쇼에서 `투싼'을 출품, 차량 소개 및 CF 공개행사를 갖고 미국 현지에서 사전 분위기 조성에 나섰고 투싼에대한 정보가 외신 등을 통해 국내에게도 속속 알려지면서 `콤팩트 SUV'에 목말랐던고객층을 한껏 자극했다. 현대차로서는 비싼 광고비 지출 없이도 `월드카' 이미지를 각인, 사전 마케팅효과를 톡톡히 본 셈. 투싼은 첫 3일간 5천847대의 계약을 올리는 등 초반부 기선잡기에 성공했고 이후 현대차는 전국 신차 로드쇼 및 대규모 고객 시승회 등을 통해 여세를 몰아갔다. 현대차는 오는 8월 출시 예정인 EF쏘나타 후속인 NF(프로젝트명)의 경우도 티저광고 등 대대적인 사전 마케팅을 준비중이며 특히 최근 국내에 진출한 혼다 어코드의 직접 경쟁차종이 될 전망이어서 어코드와의 비교시승도 추진하고 있다. EF쏘나타의 막판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회사 일각에서 제기되고있지만 NF를 EF쏘나타에 이은 히트차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위험부담을감수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2일 계약을 개시한 이래 19일까지 약 7천500대의 폭발적인 계약대수를 기록한 쌍용차의 신개념 미니밴 신차 `로디우스'도 출시 약 한달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차량 개발 컨셉트를 소개하는 티저마케팅으로 미리 관심을 끌었고 현재 전용차선카퍼레이드, 경품행사, 시승 및 무상점검 서비스 등도 진행되고 있다. 기아차도 투싼과 경쟁하게 된 스포티지 후속 `KM'(프로젝트명)의 하반기 출시를앞두고 차명을 공모하는 등 사전 관심 끌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초기 기선제압이 반드시 베스트셀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가 지난 99년 국내 최초의 승용미니밴으로 출시한 `트라제XG'는 첫날 1만5천183대가 계약되며 전무후무한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 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점화 코일 문제 등 품질문제가 불거지면서 `반짝 인기'를 누리는데 그치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고품질의 차량이지만 요즘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사전 마케팅이나 출시 직후 대대적 이벤트 등 초기에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판매를 유인하는 결정적 촉매제가 될 수 있어 업체들이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