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근로자 경영참여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단체들이 노조의 경영 의사결정 참여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며 '칼날'을 세우고 있다. 재계는 특히 노동계가 근로자 경영참여의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독일의 노사 공동결정 방식을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실패한 제도로 집중 부각시키며 노사간 대화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한국현실에는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9일 '한국형 근로자 경영참여 모델'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대화와 타협의 교섭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 노사관계에서 노조의 인사.경영권 참여는 경영 투명성 제고 및 노사관계 안정 등의 긍정적 효과보다 경영 의사결정지연, 노사갈등 심화 등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은 30명 이상 사업장에 노사협의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3개월에 한번씩 광범위한 경영사항을 논의할 것을 요구하는 등 근로자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제도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이 경영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동반자적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가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대표의 이사회 참여와 노사동수 징계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상의 보고서는 독일의 경우 종업원 2천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이사회의 경영집행 사항을 감독하는 감독위원회에 노사대표가 동수로 참여하는 공동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경영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공동결정제도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채용을 꺼리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나타나 독일내에서도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근로자의 경영참여 방식이 노조의 인사.경영권 참여보다는 ▲성과배분제 등의 이익참가 ▲우리사주제 등의 재산참가 ▲노사협의회를 통한 의사결정참가 등이 우리 노사관계 여건에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소도 18일 '독일 감사회와 근로자 경영참여'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독일의 공공결정제도에 각종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개선방안이 모색되고 있다"면서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제도인 만큼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독일에서도 감사회의 효율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독일의 감사회식기업지배구조는 '주주 자본주의'를 지향하려는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산업환경팀 전 무 팀장은 "기업경영 의사결정에 근로자들이 참여함으로써 노사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은 우리 노사관계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 따른 단견"이라면서 "세계적으로 이미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난 유럽식 노사관계 모델을 추구하려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