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SK)의 독주로 진행되던 2004년 홈런왕 레이스가 본격적인 다자 경쟁구도에 접어들었다. 지난 20일 시즌 11호 대포로 4월 최다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박경완이 23일 12호홈런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이 외국인 거포들에게 추격을 허용한 것. 박경완 추격의 선봉에 나선 것은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 트로이 오리어리(삼성)과 2년차 용병 클리프 브룸바(현대). 오리어리는 2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더블헤더에서 2경기 연속 홈런으로 단숨에 홈런더비 공동 2위(9개)로 뛰어올랐다. 두 경기 모두 5-4, 한 점차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상황에서 각각 투런홈런과솔로홈런을 뿜어내 팀 승리를 이끈 영양가 만점의 대포였다. 오리어리는 지난 3월 한국 생활 부적응과 개인 문제로 갑자기 팀을 떠나 파문을일으켰지만 정규시즌 직전 복귀한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맹활약하고 있어 이승엽(롯데 마린스), 마해영(기아)을 잃어버린 삼성 타선의 핵으로 떠올랐다. 오리어리는 지난해까지 빅리그 통산 11년간 타율 0.274, 127홈런, 591타점의 수준급 성적을 올린 거물답게 빼어난 타격기술과 성실한 훈련 자세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이날은 침묵했지만 27일까지 2경기 연속 대포로 오리어리와 함께 9홈런을기록중인 브룸바 역시 홈런왕 후보로 손색이 없다. 특히 지난 22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홈런 2방으로 팀이 올린 3점을 모두 책임져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이끄는 등 최근 페이스가 급상승세다. 박경완이 아직 3개차로 앞서 있기는 하지만 체력부담이 큰 포수 수비를 맡은 데다 최근 2년 동안 잔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점으로 미뤄 이들 용병타자들의 도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이들과 한팀에서 중심타선을 이루고 있는 국내파 심정수(현대)와 양준혁(삼성)이 홈런왕 레이스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 2년간 무려 99홈런을 때려낸 '헤라클레스' 심정수는 올 시즌 초반 부상과라섹수술의 후유증으로 고전했지만 27일 솔로홈런 2방으로 시즌 6호를 신고해 이름값을 해냈다. 심정수가 늘 여름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야말로 이승엽의그늘을 벗고 1인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는 양준혁은 타격왕에만 4차례 올랐을 뿐 홈런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올해는 이날 더블헤더 첫번째 경기에서 7호를 터뜨려 일찌감치 경쟁 돌입을 예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