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나 회사 돈을 유용한다든지 고객 신용정보를 빼돌려 팔거나 첨단기술을 경쟁회사에 넘기는 등 최근 들어 '직원 내부비리'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어 참으로 걱정이다. 지난 7일 발생한 우리은행 직원들의 4백억원 횡령사건도 그런 사건의 하나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 한탕주의와 모럴해저드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싱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빈발하는지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기업환경에 기업도 개인도 제대로 적응을 못한 탓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특히 주목할 대목이다. 상시구조조정으로 인한 불안심리에다 계약직 연봉제 경력직 채용 중심의 미국식 성과주의 기업문화가 확산되면서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과거와 같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기업들은 우선 급한대로 보안감시 등 내부 감독시스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법과 제도상의 허점이 있다고 보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다든지 산업스파이 처벌을 무겁게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과연 비리가 근절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무리 내부감시를 강화해도 작정하고 저지르는 비리에는 한계가 있는데다 그 수법 또한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직업윤리 회복이다. 그동안 성과주의에 휩쓸려 직원의 윤리성과 도덕성이 상대적으로 간과됐던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보면 우리 사회 전체가 직업윤리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 스스로도 단기 성과주의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인력 교육 등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새로운 로열티 창출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업과 개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직업윤리는 기업경쟁력에 직결되는 요소이자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자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