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내수 활동 지표인 서비스업 생산이 1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도.소매업판매도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소비 개선 조짐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아직 고(高)유가와 고(高)물가, 고(高)원화로 이어지는 '신(新) 3고(高)'가 경제의 장애물이 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5년여 만에 최고의 증가세를 보인 산업활동지표에 이어 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는 희망을 점차 부풀게 하는 대목이다. ◆도.소매, 1년만에 증가세 반전 7일 발표된 2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전체 서비스업 지표에서 27.6%를 차지하는 도.소매업 지수가 1년 만에 전년 동월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매년 2월이 '명절 뒤 효과'로 도.소매업 지표가 부진한 탓에 지수 자체는 105.9로 높은 수준이 못되지만 전년 동월대비로는 지난해 3월 이후 계속된 마이너스 행진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특히 금속제품이나 기계장비, 산업용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도매분야 증가율이 5.0%를 기록, 2002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며 전체 도.소매 지수를 견인하고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등 종합소매업 지표가 1.6% 증가세를 보인 것은 산업생산증가나 소비심리 개선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도.소매에서도 주요 항목인 자동차 판매는 작년 2월에 비해 13.7%가 줄어 아직 '찬바람'이 잦아들 조짐이 뚜렷하지는 않으며 백화점과 할인점의 증가세와달리 그동안 고성장을 거듭하던 홈쇼핑과 방문 판매 등 무점포 소매업은 17.0% 감소라는부진을 보이는 등 업황 호전이 도.소매업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점.카드.학원 '윗목'..통신.영화.증권 '아랫목' 전체 지표는 그럭저럭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부문별로는 '양지'와 '음지'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는 점도 2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의 특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서민 경기의 지표인 음식점업의 경우 일반 음식점업의 생산은 작년 2월보다 3.9%가 증가했지만 제과점업과 주점업은 각각 16.3%와 7.9%가 줄었고 신용카드가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비통화 금융기관업은 22.8%나 격감해 2.9%가 늘어난 은행 등 통화금융기관과 대조를 보였다. 지난해 5.8%의 고성장을 보였던 학원업 역시 1월에 이어 2월에도 0.7% 감소세를이어가 학원들이 경기 부진 탓에 대목인 겨울방학 장사를 작년만큼 못했음을 반영했고 이밖에 부동산 및 임대업도 2.4%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통신업은 유.무선 통신의 이용료 수입이 크게 늘어 작년 2월 대비 14.7%의높은 증가세를 나타냈고 수출 활황 덕분에 운수업은 육상, 수상, 항공, 창고업 등이고르게 호조를 보이며 8.3%가 증가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신용카드의 급격한 위축과 달리 증권과 선물은 증시 활황에 힘입어 무려 36.2%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태극기 휘날리며'를 필두로 한 한국 영화의 연이은 '대박'에 영화산업도 30.7%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호황을 구가했다. ◆여전한 장애물..낙관은 금물 생산 부문의 지표상 활황에 이어 내수도 미약하나마 개선 신호를 보내고는 있지만 이를 내수 회복으로 단언하기 힘든 것은 아직 넘어야 할 장벽도 높기 때문이다. 우선 도.소매업을 포함한 서비스업 지표가 개선 추세를 보인 것과 달리 향후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2월의 소비자 기대지수는 96.3으로 1월보다도 낮아지며 17개월째 100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소비 부문에 대한 기대만 봐도 승용차, 가전 등 내구 소비재 기대지수는 89.3으로 1월의 90.0보다 더 떨어졌고 외식.오락.문화 생활 관련 소비 지출 기대지수는 87.1로 1월의 87.0에서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소한 2.4분기까지는 고공행진을 지속할 전망인 유가, 3개월째 높은 증가세를이어가고 있는 소비자물가, 산업활동을 홀로 이끌어나가는 수출을 위협하는 원화 고평가 등 '신3고' 역시 '지표상의 기지개'를 과잉 해석하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이다. 통계청도 이날 발표된 지표에 대해 "1∼2월 평균으로는 작년 동기대비 증가율이0.0%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혀 이 같은 관점을 뒷받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