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2일 2만5천7백원.2003년 3월26일 1백35원. 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렇게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97년에는 5만원을 웃돌았으니 '추락'이란 말로도 설명이 부족하다. 감자의 아픔도 겪었고,매각이 되느니 안되느니 말도 많았다. 시장에선 데이트레이더의 장난감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올들어 본격적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비록 작년 21 대 1의 감자를 했지만,주가는 1만원선을 넘어 올초에 비해 두배 이상 올랐다. 메릴린치같은 외국증권사는 '적정주가 1만6천원'을 제시하며 앞다퉈 매수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올해가 흑자전환의 원년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이닉스의 재평가 요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D램 가격의 강세다. D램값은 올초보다 20%가량 올랐다. 2백56메가 DDR333제품 값이 올초 개당 3.7달러에서 3월초 4.4달러로 상승했다. 2분기에는 개당 5달러선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닉스는 D램값이 10% 오르면 영업이익이 50% 늘어나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1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더 관심을 갖는 것은 D램가격이 올해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있다. 세계최대 D램 업체인 삼성전자가 D램 생산비중을 줄이기로 했고,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도 D램 이외의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공급이 줄어들어 D램 값이 상향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둘째는 제품경쟁력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정창원 팀장은 "하이닉스는 삼성전자가 독식해온 프리미엄급 제품의 생산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지난해 전체 생산물량의 8%에 불과했던 서버용 D램 비중이 올해 16%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프리미엄급 제품의 마진율은 일반 데스크톱용 PC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는 효율적 투자다. "블루칩 테크라는 새로운 생산기술을 개발해낸 게 주요했다"는 게 대우증권 정 팀장의 분석이다. 이는 새로운 설비투자를 최소화하는 대신 기존 설비를 개량해 사용하는 기술이다. 라인하나 세우는 데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설비투자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한때 10조원을 넘던 부채가 채권단의 출자전환이나 채무조정 등에 힘입어 3조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또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82%는 2006년까지 매물로 나올 수 없게 돼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비메모리부문의 매각도 재무구조 개선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익구조가 D램시장에 완벽하게 연동돼 있어 D램가격 추이에 따라 이익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 정 팀장은 "하이닉스가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어 주가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띨 것"이라며 "회사가 일정 수준에 오르면 M&A가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