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song@krri.re.kr 우리나라도 올 4월이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꿈의 고속철도시대'로 접어든다. 우리나라에 기차가 도입된 것은 '칙칙폭폭' 증기기관차가 1899년 9월 노량진과 제물포간 33km를 시속 20km로 달린 것이 시초다. 1백5년 만에 우리 철도는 레일 위를 달리는 항공기라 불리는 시속 3백km의 고속철도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물론 속도에 대한 가치는 상대적이고,빠른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속도가 곧 경쟁력이 된 사회 흐름 속에서 최첨단의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된다는 것은 분명히 큰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고속철도의 최고속도는 3백km이지만 정차시간을 포함한 평균속도는 시속 2백km를 조금 웃돈다. 시속 3백km의 고속철도가 서울~부산간 4백9km를 약 두시간에 달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여행시간이 세시간을 넘으면 지루함을 느끼고,짧은 거리는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한다. 따라서 고속철도는 2백km에서 6백km 사이에 가장 적합한 교통수단이다. 여기에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어 있으면 고속철도 운영에 더욱 유익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부산이 4백9km,서울~목포 4백11km이며 인구가 경부축과 호남축의 도시들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는 고속철도가 들어설 입지로는 세계 최적이다. 고속철도의 개통은 국민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역 발전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는 반면 지방의 에너지가 수도권으로 흡수될 수 있는,말 그대로 '고속'의 빨대가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고속철도가 앞으로 국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의 출퇴근 거리가 대전까지 확대된다면 강남의 주택 수요도 완화될 수 있고,부동산 시장도 근본적으로 변화될 것이다. 단군 이후 최대의 역사인 고속철도를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속철도는 국토가 균형발전할 수 있는 계기에 불과하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 대책과 지역 발전을 위한 지자체의 전략이 맞물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차역 지역은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타 정차지역과의 차별화 전략을 개발하며 인근 지역과의 연계 교통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 특히 정차역 도시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올인' 전략이 필수적이다. 고속철도를 통해 지역의 경제규모를 대형화하고,지역 전체가 고속철도 정차의 혜택을 고루 나눌 수 있는 윈윈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