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무장봉기를 주도한 반군 지도자기 필립 전(前) 카프아이시앵 경찰서장이 3일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무장해제를 발표해 아이티 정국안정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아이티를 포함해 카리브해 15개국으로 구성된 카리브공동체(CARICOM)는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강제로 출국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 `극도의 실망감'을 표명하며 유엔 평화유지군 불참과 함께 망명 과정에 대한 국제 조사를 벌일 것을 촉구하고 나서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떠올랐다. 미군을 비롯한 평화유지군은 아이티 시민보호를 위해 본격적인 정찰을 벌이며 임무를 확대했다. ▲반군 `자진 무장해제'=필립 전 서장은 미국 해병대가 대통령궁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흩어져 본격적으로 치안확보 작전에 돌입한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아이티국민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외국군이 와있고 그들은 아이티 국민 보호를 보장하고있어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필립 전 서장은 "이는 우리가 `해방전선'이란 이름으로 여기서 내놓을 마지막성명일 지도 모른다"면서 반군 세력이 점령한 다른 도시로 가 무장해제를 밝힌 자신의 뜻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반군 관계자는 반군 소속원들이 무장해제 명령에 따를것이라는 데 아무런 의문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 수시간 전 필립 전 서장이 제임스 폴리 미국 대사의 관저로 들어가는모습이 목격됐으나, 회담의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 해병대가친반정부 세력간 보복 공격에서 아이티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본격적인 시내 정찰을 벌이며 파견 임무를 확대한 이후 나왔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멀리서 산발적으로 총성이 들리는 가운데 미국 해병대의 험비 차량 및 장갑차 10대가 순차적으로 대통령궁 외부로 빠져나갔으며, 보병 요원들은 대통령궁 주위에서 정찰 활동을 벌였다. 미군은 반군 세력이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상호 보복공격 등 충돌을 우려해 급히 임무 확대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승인하의 국제평화유지군 파견 선발대로 도착한 이래 이날 미군이 처음으로 수행한 강행 정찰 과정에서 아무런 충돌 없이 이뤄졌으며, 정찰을 끝낸 해병대원들은 대통령궁으로 돌아왔다. 현재 아이티 지상에는 약 1천명의 미국 해병대원들이있다고 지도부가 밝혔다. 2일에는 북부 제2의 도시이자 반군의 거점인 카프아이시앵에서 미군 헬기가 정찰비행을 했다. 이날 앞서 포르토프랭스의 라 살린 빈민가에서는 반정부 세력과 아리스티드 전대통령 지지 무장단 간에 한 시간 정도 전투가 벌어졌다. 이번 교전은 전날 포르토프랭스 순찰에 들어간 반군 세력이 전설의 괴물 `키메라'로 알려진 아리스티드 추종폭력단을 무장해제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권총과 소총이 동원된 이날 충돌에서 사상자 발생 여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 망명 이후 30명 이상이 숨져 지난달 5일 무장봉기 이후 사망자는 최소한 130명으로 늘었다. 포르토프랭스 공항에서도 반군은 아리스티드 정부하의 관리들을 색출하려 했으나 미군이 나타나자 바로 공항을 떠났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또 일단의 아리스티드 지지 시민들은 이날 정오 무렵 미군 차량이 배치된 대통령궁 앞을 달려나가면서"아리스티드는 돌아와야 한다"고 외쳤다. 아이티 야권은 보니파스 알렉상드르 임시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새 총리를 임명하는 동시에 아리스티드 측근인 이봉 넵튄 현 총리를 해임해 체포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은 이날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머물며 최종 망명지로 떠나지 못했다. 샤를 웨네주이 중아공 외무장관은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있다면서, 전세계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TV와 위성수신 장비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리브국, 다국적군 불참 발표=CARICOM은 이날 자메이카에서 긴급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출국 과정과 관련해 `납치설'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실망감을 표명하고 유엔 평화유지군 아이티 파견에 군 병력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ARICOM 의장인 P.J. 패터슨 자메이카 총리는 이날 회담후 성명을 통해 이 같이밝히고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의 출국이 미국에 의해 강제됐다는 의혹에 대해 유엔등 국제사회가 나서 독립적인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패터슨 총리는 외견상 아리스티 전 대통령이 강제로 출국됐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이티 뿐만 아니라 전세계 그리고 특히 소국의 민주적으로 선출된지도자들과 정부들에 매우 위험한 전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ARICOM 성명은 "우리는 지난주 목요일(2월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앞으로 (평화군 아이티 파견을 위해) 매우 긴급한 요청을 했다고 믿는다"면서 "당시 안보리는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당시 불가능한 것이 지난주 일요일(2월29일) 열린긴급회의에서는 가능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