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올해 임금인상 요구율이 10.5%로 한국노총의 10.7%보다 낮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불과 0.2%포인트의 차이를 가지고 의미를 따지는 것이 견강부회(牽强附會)로 비쳐질지 모르지만 민노총이 이른바 강성노조로 일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로 해석될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상이 바뀌었는데 노동운동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내 몫을 찾겠다며 투쟁만 일삼는 운동방식은 노동계를 위해서도 좋을게 없다"고 말하는 이수호 위원장 체제 속에서 이뤄진 변화인 만큼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대기업 노조의 상당부분을 대표하는 민노총이 좀 더 유연하고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는 것이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선 공식 대화창구인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야 하는게 순리라고 본다. 노·사·정이 '2년간 임금인상 자제와 고용 안정'을 골자로 하는 사회협약을 힘들게 마련했지만 민노총이 계속 불참한다면 그 의미가 반감되지 않을 수 없다. 민노총은 사회협약에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바로 그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도 노사정위원회로 돌아와야 한다. 최근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최기문 경찰청장 등을 방문,노동 현안을 논의한 이 위원장이 노·사·정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본다. 올해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할 쟁점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주5일제와 관련,'임금삭감없는 주5일제'를 주장하는 민노총과 '당연히 임금삭감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재계가 정면으로 맞서 있고,비정규직 처리 문제도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노·사·정 협상테이블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고 민노총이 얘기하는 대화와 타협의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