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장점석씨(53)와 아내 이인순씨(45). 서울 강서구 신월동에서 '날으는 우(牛)까페 신월본점'을 운영하고 있다. 돼지고기 음식점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이다. 점포를 연 것은 지난해 10월6일. 아직 채 5개월도 되지 않았다. 쉰살 안팎에 창업한 장씨 부부에겐 개점 후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시간이었다. ◆ 배수진을 친 창업 목포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명예퇴직한 장씨에게 음식점 창업은 큰 모험이었다. 공직생활에서 밴 매너리즘으로 냉혹한 사업 세계를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둥지를 틀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쉰살 넘어 장사를 벌여놨는데 실패하면 재기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밥맛을 잃을 정도였어요.업종선택에서 입지선정까지 1년2개월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죠." 아내는 처음부터 호프집을 염두에 두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다. 비교적 인건비가 적게 들고 경영하기 쉬울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이 극구 반대했다. "술집을 하게 되면 취객을 상대로 밤 새는 일이 허다할 것이고 애들 교육 측면에서도 좋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그래서 저는 적게 벌더라도 안전한 쪽을 고집했어요." 1년 넘게 장고한 끝에 우연히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날으는 우까페'란 음식점을 발견했다. 내부가 깔끔해 음식맛도 맘에 들었다. 이때 자신을 얻은 아내 이씨가 곧바로 본사를 찾아가 창업 상담에 들어갔다. ◆ 황금입지는 따로 있다 창업비용으로 1억원을 마련,여기에 맞춰 점포를 구하러 다녔다. 본사 관계자도 동행했다. 우선 자택이 있는 동대문구 면목동 일대를 20일간 시장조사를 했다. 이 일대 장사가 잘 되는 역세권 점포는 권리금만 5천만원을 호가했다. 그래서 방향을 튼 곳이 강서구. 신월동과 화곡동 일대를 샅샅이 훑었다. 마지막으로 접근한 곳이 신월사거리 인근 주택가. 대로변에서 2백m나 떨어져 있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없는 평범한 단독 및 연립주택가로 누구나 C급 상권으로 치는 곳이었다. 이 곳에서 허름한 돼지고기집이 매물로 나왔다. 권리금도 1천5백만원에 불과했다. 본사 관계자가 이 곳을 추천했고 아내는 선뜻 동의했다. "집사람 동생이 부동산 중개업자예요.점포 자릴 보더니 펄쩍 뛰더군요.절대 장사 안된다는 거죠.대부분 그랬어요.저도 긴가민가했는데 아내가 자신있다고 해서 따랐지요." 알짜배기 점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법. 이 일대 주택가에는 가내수공업이 성행,여기에 종사하는 인구가 만만찮았다. 점포 바로 앞에 2천평짜리 사우나가 문을 열면서 유동인구가 하루 8백명쯤 더 생겼다. 평범하게 보이는 주택가에도 황금입지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 손님 끌어들이는 노하우 카페풍의 식당 내부는 소박하기 이를데 없는 이 상권에서 단연 돋보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통유리 인테리어는 그 자체가 홍보물이었다. 다음은 고기 맛을 높인 안주인의 아이디어. 본사가 ㎏당 1만1천원에 공급하는 삼겹살 대신 ㎏당 1만2천원을 주고 제주산 오겹살을 자체 구매했다. 2백g이 1인분이므로 한 사람당 원가가 2백원 더 먹히는 셈이다. 그러나 맛있는 오겹살 덕분에 매출은 추가로 들어간 원가의 10배를 넘었다. 아내 이씨는 "본사에서 오겹살 1인분에 8천원을 받으라고 하지만 저는 7천원을 고수하고 있어요.작은 욕심을 버려야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이씨의 정갈한 반찬 솜씨도 손님을 끌어들이는 요인 중 하나다. 김치를 제외하곤 금방 싫증을 내는 손님들의 생리를 재빨리 파악,매월 반찬 메뉴를 바꾸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