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명예회장의 KCC가 12일 현대엘리베이터주식 공개매수 카드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증선위 결정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현대-KCC의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인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KCC측이 주총 이후 국면을 염두에 두고 엘리베이터 지분 8%에 대한 공개매수 방침을 발표, 경영권 장악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양측의 분쟁은 지분경쟁 재점화 양상을 보이며 장기전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범현대가가 이병규 전 현대백화점 사장 등 중립 인사 3명을 신임 이사 후보로 추천, 중재에 나서도록 한다는 입장이나 양측 모두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세여서 타협의 여지는 더 적어졌다. 현대측은 이날 KCC의 방침이 알려지자 당혹감 속에 대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양측의 대립속에 소액주주와 시장의 혼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하루빨리 소모적인 지분싸움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CC, "현대그룹 반드시 접수" = KCC는 증선위의 처분명령이 내려진 뒤 바로다음날인 12일 엘리베이터 주식 공개매수 방침을 발표, 전면전을 선언했다. KCC는 오는 18일부터 4월13일까지 엘리베이터 주식 8.01%를 주당 7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KCC는 일단 증선위에서 처분명령을 내린 총 20.78%의 엘리베이터 지분중 뮤추얼펀드 보유분 7.87%를 먼저 장내 매각한 뒤 이와 비슷한 8%의 지분을 공개 매수하는쪽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사모펀드 부분에 대해서도 추후 처분하면서 상황 추이에 따라 공개매수방식 등을 통해 역시 되사들인다는 복안이다. KCC의 지분 재매입이 성공할 경우 KCC의 엘리베이터 지분은 처분명령전인 36.89% 이상으로 회복될 수 있어 현회장측 우호지분 30.05%를 앞지르게 된다. KCC 고위 관계자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에 의한 주식 재매입으로 안정적인경영권을 확보, 경영권 분쟁을 이른 시일내에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처분명령에 따른 지분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주식을 재매집하는데 큰 부담은 없다"고 전했다. KCC측 방침은 범현대가가 아직까지 뚜렷한 지지대상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일단이번 주총에서의 승리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보고 장기전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 여부는 진행상황을 보며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공개매수 카드 왜 나왔나 = KCC가 처분명령 물량을 직접 시장에서 사지 않고공개매수를 통해 매집하기로 한 것은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시장물량을 소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처분대상 물량 일부를 시장에서 사들이는 `양동작전'을 구사, 최대한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KCC 고위 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에는 법적으로 공개매수 이외의 방법으로 시장에서 주식을 살 수는 없게 돼 있다"며 "그러나 공개매수 기간 이후 추가로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시장 혼란 방지와 소액주주 배려라는 측면을 부각, 나름대로의 명분을 쌓기 위한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KCC 고위 관계자는 "대규모 물량을 한꺼번에 시장에 풀면 주가가 요동을 치면서시장과 소액주주는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특히 분쟁과정에서 기업가치에 비해 과평가된 엘리베이터 주가를 감안할 때 소액주주들이 프리미엄을 받고 높은가격에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KCC는 공개매수 방식을 통해 범현대가와 함께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수 있는소액주주들을 최대한 `아군'으로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소액주주들을 최대한 지지세력으로 편입시킨다면 정기주총에서도 승산이 아주없지는 않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시장에서 곧바로 되살 경우 주가가 급등, 재매입하는데 부담이 커지는데다 1% 추가 매입시마다 공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경영권분쟁 어떻게 되나 = KCC가 공개매수로 포문을 열면서 결국 향후 경영권분쟁은 지분경쟁 재점화 국면속에 소모적인 장기전으로 전환되게 됐다. 현대측은 즉각적인 대응방침 발표를 유보하면서 당혹감과 초긴장 속에 대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대측 관계자는 "예상하지 않았던 바는 아니지만 처분명령이 내려진지 하루밖에 안돼 행동에 나선 것은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KCC측이 타협의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더 이상의 지분 싸움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KCC가 이렇게나온다면 우리도 지분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느냐"며 추가 지분매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대측이 현재 내세울 수 있는 복안은 의결권이 없는 엘리베이터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넘기거나 현회장의 상선 지분을 팔아 엘리베이터 지분을 되사는 방법, 극한상황에서는 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상선 지분(15.16%) 일부를 팔아 엘리베이터 지분을매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자금면에서 현대측이 `열세'인데다 시중에 유통중인 시장물량 자체가 적어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현대측이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엘리베이터의 경우 시장물량이 10%대인데다 처분명령 물량이 시장에 나온다 하더라도 이 역시 KCC측에서 계속 사들이면 현회장측이 매집할 수 있는 규모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KCC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이르다. 일단 처분명령, 검찰고발 등 초강수의 증선위 결정으로 도덕적 치명타를 입어부정적 여론이 적지않은 부담이 되는데다 공개매수가로 제시한 가격보다 향후 시장가격이 더 뛰어오르면 공개매수가 성공할 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범현대가 역시 현재로서는 제3인물에 의한 중재론을 견지하며 양측의 타협을 계속 주문하고 있늣 상태다. 이에 따라 극한대립으로 치닫는 분쟁이 이병규 전 사장 등의 중재를 통해 해결될지 주목되며 더이상의 소모전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