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심(菌心)'.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하나바이오텍 사무실에 붙어있는 문구다. 광고쟁이에서 '버섯개발자'로 변신한 고인수 대표(43)는 "버섯의 구성체인 균의 마음을 한시도 잊지 않기 위해 벽에 붙여놓았다"고 말한다. 그의 경력은 버섯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1988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제일기획에 취직해서는 온통 '광고주의 마음'에만 신경 썼었다. 균심을 사훈(社訓)으로까지 정한데서 지난 2년여 고달팠던 그의 인생 역정을 짐작케 한다. 하나바이오텍은 지난해 7월 꽃송이버섯의 인공재배에 성공했다. kg당 1백만원(말린버섯 기준)을 호가하는 꽃송이버섯은 암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회사가 농림기술개발과제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됐고 새롬창투 등 투자자들이 기꺼이 돈을 대겠다고 줄을 섰다. ◆인생 제2라운드의 시작=고 대표는 지난 2001년말 13년 광고경력을 접고 내 사업을 찾기로 중대결심을 하게 된다. 사표는 냉정한 자기평가의 결과였다. 그동안 승진운이 따라줬지만 냉정하게 따져볼때 앞으로 임원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대기업 간부로 있다가 갑작스레 사표를 내자 주위에서들 깜짝 놀랬다. 생전 안해봤던 농업에 투신하겠다니 집안 반대도 심했다. 사표가 계속 반려됐지만 그는 밀어붙였다. 일단 특용작물쪽으로 사업방향을 잡고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후배의 참여로 버섯재배쪽으로 점차 사업의 가닥이 잡혀갔다. 버섯은 건강보조식품이나 제약원료로 쓰임새가 많아 사업성이 좋은데 비해 국내 산업수준은 매우 열악했다. 남들이 못하는 꽃송이버섯으로 사업 아이템을 한정했다. ◆시행착오의 연속=2002년 1월부터 꽃송이버섯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버섯에 관한 국내외 연구자료부터 파고들었다. 그해 3월 경기도 파주에 60평짜리 조립식 패널로 연구실을 만들고 버섯종균배양 실험에 착수했다.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종균을 인공적으로 재배할 수 있도록 안정화시키는 '육종'과정이 문제였다. 버섯재배는 플라스틱병에서 뿌리를 내리는 영양성장과 싹이 트는 생식성장 등 크게 2단계로 나뉜다. 실험에 실험을 거듭해 영양성장단계에 성공하면 생식성장에서 문제가 생겼다. 고 대표는 출퇴근 시간을 아끼기 위해 1년동안 파주에 조그만 방을 얻어 스스로 숙식을 해결하며 버섯종균과 씨름했다. 실험재배의 결실은 지난해 7월께 찾아왔다. 국내 최초로 인공재배에 성공한 것이다. ◆손에 잡히는 '성공'=하나바이오텍은 현재 분업방식으로 버섯을 재배한다. 자체 배양시설에서 영양생식을 마친 버섯을 강화도 생육농장에 위탁해 재배하는 방식이다. 현재 60평규모인 생육농장의 월 생산량은 60kg정도. 전량 건강보조식품회사에 납품한다. 납품가는 kg당 1백만원수준. 하나바이오텍은 총 판매가의 25%가 수익으로 떨어진다. 생육농가의 몫은 75%수준이다. 대신 생육농가는 영양생식을 마친 버섯을 로열티명목으로 개당 2천원씩 지불하고 있다. 월 평균 갯수는 1만5천개. 로열티명목으로 월 3백만원이 하나바이오텍의 추가 매출로 잡히는 셈이다. 하나바이오텍은 사업초기부터 운영비조달 등 목적으로 상황버섯 등 일부 식용버섯의 종균을 배양,농가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총 매출은 4억1천만원. 하나바이오텍은 현재 연천에 1천4백평규모의 배양센터를 짓고 있다. 오는 3월10일 배양센터가 완공되면 꽃송이버섯의 월 생산량은 5백kg수준으로 급증한다. 꽃송이버섯에 항암 효과가 뛰어난 베타(β)글루칸이 버섯 중 가장 많이 함유됐다는 연구 결과로 수요는 충분하다. 고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를 45억원으로 잡았다. 사스 조류독감 등으로 버섯 효용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올 목표는 무난히 달성될 전망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