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얼마 전 '산업구조조정 지도목록'과 '산업구조조정 규정'을 발표했다. 1천1백17개에 이르는 항목(특정기술 제품 산업)을 키우고 죽이고 제한할 세 항목으로 분류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구조조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6월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조조정안은 중국의 새 지도부가 지난해 3월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산업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99년과 2000년에 나온 산업 구조조정 관련 항목과 규정을 새로운 경제실정에 맞게 통폐합한 것이다. 도태 항목은 최근 과열투자 업종으로 지목돼 온 석탄 철강 전력 비철금속 석유화공 건자재 등의 분야가 많았다. 물론 과열투자 업종이라도 일률적으로 퇴출시키는 건 아니다. 철강의 경우 고속철도용 강철은 장려하는 반면 10t 이하 전기로는 즉시 퇴출시키도록 했다. 박월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 사무소장은 "한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는 중국 변수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며 "중국 구조조정 방향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구조조정안에서 빠진 금융은 최근 중국 정부가 4백50억달러를 건설과 중국은행에 투입하면서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4대 국유은행을 상장시킨다는 계획아래 공적자금 투입을 본격화한 것이다. 허난성의 한 일간지는 이를 '국유은행 최후의 만찬'이라고 표현했다. 정부가 대주는 만찬 비용만 1천2백억달러.JP모건 씨티그룹 등은 '만찬장' 초대장을 받기 위해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한 시중은행 베이징지점 관계자는 "건설은행의 기업공개 규모만 해도 30억달러에 이를텐데 한국 금융사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지난해 말 베이징의 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금융 구조조정을 소개한 우리금융그룹의 윤병철 회장은 중국 언론의 요청으로 현장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중국은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 겪은 구조조정 경험에 관심이 많다. 중국 경제의 변화에 맞춰 한국의 대중국 대응전략도 함께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