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寄生)정당', `애첩정당' 등 보수논객들 조차 한나라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당 정체성정립과 정책비전 마련에 본격 나섰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3일부터 `선진국을 위한 선택'이란 주제하에 6차례에 걸친 심포지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념적, 정책적 자기색깔찾기에 착수했다. 이는 제1당임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대선 패배이후 계속되는 정체성과 정책비전의 표류가 이어진다면 총선에서도 패배를 감수해야 한다는 자기진단과 위기의식에따른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안팎에선 전통적 지지층마저 해체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는 `개혁공천'을 통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총선승부를 걸고 있으나 물갈이만으로는 부족하며 당의 시스템이 바뀌고 뚜렷한 정체성과 이념적, 정책적지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다. 이날 첫번째 토론회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서울대 박효종 교수는 `개혁적 신보수주의'를 한나라당이 지향해야할 이념적 좌표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개혁적 신보수'의 특징으로 ▲개혁의 당위성과 절박성을 인정하면서도 진보주의자들의 `판갈이엎기'보다는 릴레이 경주처럼 `이어달리기'를 원하고 ▲`민주화의 추억'과 `불복종의 추억'을 `건국의 추억'과 `산업화의 추억'과 같이 기리며 ▲민족주의를 열망하되 `열린 민족주의'를 선호하고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화두로 삼고 있음을 주장하며 `대변신'을 촉구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선 한나라당에 대한 `격려'보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한림대 전상인 교수는 "자기혁신이 저조하고 권력의지가 저조한 현재의 보수세력으로는 재기와 부활이 거의 절망적"이라면서 "총선은 지난 대선의 반전이 아니라완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진보성향의 한신대 윤상철 교수는 "한나라당이 보수정당으로 살아남으려면 국민들에게 정서적으로 수용될 사람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수구세력.비도덕적 상류층.냉전세력과는 선을 긋는 동시에 공격적 이념이나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 수영구의 단수 공천유력자로 결정된 동아대 박형준 교수는 "당내 현존하는5공 인사, 퇴행적 기득권 유지인사, 낡은 이미지 확대재생산에 책임있는 인사들을배제하고 전문성과 개혁성을 가진 인물로 새로운 정책세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이어 ▲10일 통일.외교 ▲17일 경제 ▲24일 정치 ▲3월2일 교육 ▲문화 등 5개 분야에 대한 토론을 속개, 당의 새로운 정책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