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첫 '임금피크제' 도입 - 컨테이너부두ㆍ부산항만공사 ] 장기불황과 실업대란 속에 기존 인력의 일자리 보장과 신규 채용문제가 맞물리면서 신ㆍ구세대간 갈등까지 우려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기성세대와 신세대, 노ㆍ사 모두의 상생(윈원)' 방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노ㆍ사를 비롯한 이해 관계자들의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 대부분의 기업들이 엄두를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과 부산항만공사(BPA)가 공공부문으론 처음으로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키로 결정, 경영계와 노동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노ㆍ사가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냈고 제도 내용과 운영방식은 어떤지 민간 기업들까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추준석 BPA 사장은 "임금피크제는 정부 관련기관이나 기업 할 것 없이 경력 인력의 안정 확보와 신규 인력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도"라며 "특히 출범하는 회사의 경우 경력자가 몰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조직의 정체성이 발생하는 만큼 출범 초기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산하기관 가운데 가장 앞서 올해 1월1일부터 임금피크제 시행에 들어간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은 부산항과 광양항 등 전국의 주요 항만 개발과 크레인 임대사업 등을 해왔다. 이 공단은 금년부터 부산항의 관리운영권을 새로 출범한 BPA에 넘겨주게 되면서 업무가 줄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고민하던 중 임금피크제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당시 공단 이사장으로 제도 도입을 주도했던 김영남 해양수산부 차관은 "장기적으로 인사 적체를 해소하면서 인건비 등 비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며 "기존 직원들에게는 일자리를 보장하면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늘려줄 수 있는 제도로 청년실업대란의 구체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도입함으로써 민간기업들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사 합의로 마련된 이 제도는 정년이 3년 남은 직원에 대해서는 정년 퇴직 처리한 뒤 계약직으로 재임용해 첫해는 연봉의 75%, 2년째는 55%, 마지막해는 35%를 지급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노사는 동시에 2급 이상은 60세, 3급 이하는 57세인 정년을 1급 이상은 59세, 2급 58세, 3급 이하는 57세로 단축하기로 합의했다. 임금피크제 직원이 한 명 생기면 2명 이상의 신규 인력을 고용할 여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공단도 처음 출범 때 경력자들이 몰려 조직의 탄력성이 떨어지는 데다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위기에 처해 제도 도입에 노조원들이 찬성했다"며 "조직을 정비할 여력이 생긴 만큼 부산항을 제외한 항만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문을 연 BPA도 출범과 동시에 임금피크제를 도입, 시행에 들어갔다. 추 사장은 "BPA가 선박 대형화 등 급변하는 국제 물류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직원들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조직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혁신을 도모해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BPA가 확정한 임금피크제에 따르면 우선 연봉제 적용 대상인 2급 이상 간부들을 정년(59세) 3년 전에 퇴직시키되 계약직으로 신분을 전환, 정년까지 근무토록 했다. 적용 대상은 57세가 되는 1차연도에는 피크임금(최고액)의 75%, 2차연도(58세)와 3차연도(59세)에는 각각 65%와 55%를 임금으로 지급받는다. 또 연봉제 적용 대상이 아닌 3급 이하 직원들은 정년(57세)까지 근무를 보장하되, 2급 이상 간부들과 동일한 비율로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 공사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해당자는 공단의 효율성 제고에 집중 투입되고 절감되는 비용은 공사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신규 인력이나 전문가 고용에 사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