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조금 살아나나 했더니.." 27일 충남 천안에서 조류독감이 재발했다는 소식에 패스트푸드점, 통닭집 등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주요 메뉴로 내놓는 음식점들은 할 말을 잊은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지난해 말 발병한 조류독감에 호되게 당한 이들 음식점은 베트남, 태국에서 잇따라 조류독감이 인체에 감염됐다는 뉴스에 이어 천안에서도 발병했다는 보도가 전해지자 `이젠 도저히 회복불능'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통닭집, 패스트푸드점 `망연자실' = "이건 정말 `두 번 죽으라는'거나 다름없죠" 청량리의 D 통닭집 직원은 "지난 11월의 경우 하루 평균 치킨 판매량이 50-60마리였는데 조류독감 확산 소식에 최근 30-40마리로 판매량이 많이 줄었다"며 "조류독감이 재발병했다고 하니 앞으로 매출이 더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신천동의 P통닭집 김모씨는 "주로 어머니들이 통닭을 주문하는데 조류독감 뒤 배달 주문이 반으로 줄었다"며 "근처 통닭집 2곳은 벌써 폐업했다"고 울상을지었다. 페리카나 치킨 본사 관계자는 "통닭은 어린이들의 방학 때가 연중 최고 성수기인데 이달 매출이 40% 정도 줄어들어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류독감 재발에 닭고기를 원료로 사용하는 패스트푸드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있다. 닭고기가 주 메뉴인 KFC 측은 "지난해 말 조류독감이 발병했을 때는 큰 영향을받지 않았는데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 소식과 국내 조류독감 재발로 상당히 우려할수준으로 매출이 출렁거리고있다"고 우려했다. 맥도널드 관계자는 "안전한 수입처에서 치킨 원료를 수입하기 때문에 국내 조류독감이 재발병했다고 해서 당장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동남아 조류독감이 확산되는데다 국내에서도 재발병하는 등 조류독감 장기화로 원료 수급에 차질을빚을 가능성에 따른 대책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조류독감 재발에 대비해 관련업계는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돌아선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롯데리아는 태국산 닭고기를 썼던 치킨 메뉴를 국내산 닭고기로 대체했고 맥도널드, 베니건스 등도 닭고기 공급처를 국내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지만 국내에서도 조류독감이 터지자 난감해 하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태국산 닭고기 수입이 금지됨에 따라 그동안 사용해온 수입산 닭고기를 모두 국산으로 교체했다"며 "또 호밀빵 새우버거, 웰빙버거 등 해산물이나 식물성 재료를 사용한 메뉴를 내놓는 등 대체메뉴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잠시 회복기미를 보이던 닭고기 판매량은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나로클럽 양재점 등 농협 주요 유통매장의 경우 닭 판매량은 지난해 12월 하순까지 급락세를 보이다가 올 1월 초순에는 평소의 80% 수준까지 회복했으나 최근에는 다시 평소의 30∼40%로 줄어들었다. 강남구 도곡동 스타슈퍼 관계자는 "조류독감으로 닭고기가 70%, 수입육이 80%판매량이 격감했다"며 "대신 돼지고기 판매량이 50% 늘었고 생선과 유기농 채소 판매량이 덩달아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단체급식을 하는 식당에서도 닭고기는 `찬밥신세'다. 이화여대 가정관 측은 "지난해 말 조류독감이 발병되자 마자 닭고기를 메뉴에서제외하고 돼지고기 찌개나 탕수육 등으로 대체했다"며 "이번 조류독감 재발로 이 같은 방침을 한동안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횟집, 채식전문점 `희색' = "좋은 일은 아니지만 장사가 잘 되니 기분은 좋네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일식집을 운영하는 장동호씨는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서 자리를 예약하려는 손님들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장씨는 "지난해 말 조류독감과 광우병 때문에 `반짝' 대목을 봤는데 예상외로조류독감이 오래가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금요일의 경우 방을 하나 예약하려면 2~3일 전에는 연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조류독감과 광우병 사태로 톡톡히 재미를 봤던 횟집과 채식전문점들은 조류독감이 국내외에서 재발하자 또다시 손님이 모여들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총무부 관계자는 "조류독감이 또 터지는 바람에 좌석예약이 안될 정도로 손님들이 밀려들고 있다"며 "조류독감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호황을 계속누릴 것"이라고 반색했다. 강남구 포이동의 SM채식부페 관계자는 "조류독감 재발로 예약 손님이 25% 정도증가했으며 채식에 대한 문의가 많고 관련보도가 나간 다음 날은 예외없이 문의전화가 쇄도한다"며 "채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 콩으로 만든 메뉴가 인기"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강훈상 임주영기자 sisyphe@yonhapnews hskang@yonhapnews zoo@yonhapnews